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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20. 2020

센스 작열,  민선주 식 왁저지 조림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65





내가 올린 개성 음식 페스티벌 보고

초등 동창이 왁저지를 참고해서

은 김장 깍두기로 무 지짐을 해봤단다.


외할머니가 하신 정통 개성식 왁저지는

서민 음식답게 그냥 거칠다.

모나게 왁왁 큼지막하게 자른 무우지를

멸치와 고춧가루와 조선간장을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

거의 바닥이 보이게 조리면 된다.




그 동창은

새콤한 묵은지를 꼭 짜서

다진 마늘 넣어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볶고

멸치와 쌀뜨물을  넣어 자작하게 끓여,

어느 정도 익으면

고춧가루, 청양고추 대파 넣어 익혔단다.




그 친구는 센스가 작열하는 친구이다.

우리 외할머니 왁저지보다 딱 세 수 위이다.


묵은 깍두기를 기름에 볶는 것과

쌀뜨물 투입하고

마무리로 고추와 파를 넣는 센스 말이다.


일단 재료가 생무가 아닌 간이 밴 묵은지이니

주재료가 심심하지 않을 것이고

들기름으로 볶기만 해도 훌륭한 반찬의 조화이고

쌀뜨물을 넣는 것은

짠맛을 중화시키고

부드럽게 하는 효과를 줄 터이다.

멸치 외에 청양고추와  파도 추가하였으니

입안에 산뜻함을 주는

그 조화가 완벽하다 할 수 있다.



나도 따라 해 봤다.

짠지를 들기름에 볶고 쌀뜨물을 넣으니

날 맛에서 부드러워지고 품위가 생겼다.

그 동창이 말마따나

은 김장 깍두기가 무 지짐이로

거듭나 깊은 맛을 알게 해 주었다더니

개성 서민 음식이 귀족이 된 것이다.


웃음이 없으신 외할머니가

저승에서 빙긋 미소를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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