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작열, 민선주 식 왁저지 조림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65
내가 올린 개성 음식 페스티벌 보고
초등 동창이 왁저지를 참고해서
묵은 김장 깍두기로 무 지짐을 해봤단다.
외할머니가 하신 정통 개성식 왁저지는
서민 음식답게 그냥 거칠다.
모나게 왁왁 큼지막하게 자른 무우지를
멸치와 고춧가루와 조선간장을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
거의 바닥이 보이게 조리면 된다.
그 동창은
새콤한 묵은지를 꼭 짜서
다진 마늘 넣어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볶고
멸치와 쌀뜨물을 넣어 자작하게 끓여,
어느 정도 익으면
고춧가루, 청양고추 대파 넣어 익혔단다.
그 친구는 센스가 작열하는 친구이다.
우리 외할머니 왁저지보다 딱 세 수 위이다.
묵은 깍두기를 기름에 볶는 것과
쌀뜨물 투입하고
마무리로 고추와 파를 넣는 센스 말이다.
일단 재료가 생무가 아닌 간이 밴 묵은지이니
주재료가 심심하지 않을 것이고
들기름으로 볶기만 해도 훌륭한 반찬의 조화이고
쌀뜨물을 넣는 것은
짠맛을 중화시키고
부드럽게 하는 효과를 줄 터이다.
멸치 외에 청양고추와 파도 추가하였으니
입안에 산뜻함을 주는
그 조화가 완벽하다 할 수 있다.
나도 따라 해 봤다.
짠지를 들기름에 볶고 쌀뜨물을 넣으니
날 맛에서 부드러워지고 품위가 생겼다.
그 동창이 말마따나
묵은 김장 깍두기가 무 지짐이로
거듭나 깊은 맛을 알게 해 주었다더니
개성 서민 음식이 귀족이 된 것이다.
웃음이 없으신 외할머니가
저승에서 빙긋 미소를 지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