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한옥만의 노하우, 그랭이질]
우리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주춧돌에 기둥을 얹을 때
'그랭이질' 처리로 했다는 것이다.
기둥을 자연석 위에 놓고 컴퍼스로
나무와 돌을 동시에 그어서
나무 안쪽을 파내면
기둥 밑 부분이 자연석 주춧돌 표면과
딱 맞아 얹혀진다.
판판하게 깎은 주춧돌 표면이나
구멍 내서 끼운 기둥보다
기둥 바깥쪽으로
마찰력이 더 생겨 튼튼하다.
그리고 주춧돌을 가공할 필요도 없고
자연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 간단한 것 하나만 가지고도
동양 가옥의 정통 원조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정도의 사안이다.
그러나
그걸 주장할 줄 모르는 국민성이 우리이다.
알고 보면 '가진 자는 말이 없다.'이다.
뭘 그런 대수롭지 않은 걸 가지고
그러느냐고 반문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을 드러내 내세우는 데 참 약하다.
속이 터질 정도로...
사의재도 비록 쓰러져 갈 것 같이 보이는
초가 한 채지만
요새 기계로 반듯하게 새로 지은 한옥보다
더 오래가는 기술로 지어진 집이다.
군청에서 자진해서 낡았다고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이러한 그랭이질은 석재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울퉁불퉁한 돌이라도
이를 맞출 수 있어
견고한 공사가 가능하다 하겠다.
사의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정면에서 맨 오른쪽 주춧돌이
다른 주춧돌에 비해
큰 자연석이라는 점이다.
윗면은 편리상 평평하게
거친 다듬질을 했지만
옆면은 자연석 그대로이다.
큰 바위에 위에 짓는 집이면 집일수록
반석이 튼튼하니
집이 기울 염려가 덜 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