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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 사의재 7

답사

by 이승희




[한옥만의 노하우, 그랭이질]



우리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주춧돌에 기둥을 얹을 때

'그랭이질' 처리로 했다는 것이다.

기둥을 자연석 위에 놓고 컴퍼스로

나무와 돌을 동시에 그어서

나무 안쪽을 파내면

기둥 밑 부분이 자연석 주춧돌 표면과

딱 맞아 얹혀진다.

판판하게 깎은 주춧돌 표면이나

구멍 내서 끼운 기둥보다

기둥 바깥쪽으로

마찰력이 더 생겨 튼튼하다.

그리고 주춧돌을 가공할 필요도 없고

자연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 간단한 것 하나만 가지고도

동양 가옥의 정통 원조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정도의 사안이다.

그러나

그걸 주장할 줄 모르는 국민성이 우리이다.

알고 보면 '가진 자는 말이 없다.'이다.

뭘 그런 대수롭지 않은 걸 가지고

그러느냐고 반문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을 드러내 내세우는 데 참 약하다.

속이 터질 정도로...




사의재도 비록 쓰러져 갈 것 같이 보이는

초가 한 채지만

요새 기계로 반듯하게 새로 지은 한옥보다

더 오래가는 기술로 지어진 집이다.

군청에서 자진해서 낡았다고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이러한 그랭이질은 석재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울퉁불퉁한 돌이라도

이를 맞출 수 있어

견고한 공사가 가능하다 하겠다.




사의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정면에서 맨 오른쪽 주춧돌이

다른 주춧돌에 비해

큰 자연석이라는 점이다.

윗면은 편리상 평평하게

거친 다듬질을 했지만

옆면은 자연석 그대로이다.

큰 바위에 위에 짓는 집이면 집일수록

반석이 튼튼하니

집이 기울 염려가 덜 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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