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l 17. 2019

강진 - 사의재 8

이승희 010-8975-7171 \ egg963@naver.com


[우리 진리의 상징성, 둥그스러움]


사의재의 옛 모습 그대로임에는 아주 만족스럽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으로서

그 정도 세월에 이 정도 보존이 되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예술인의 시각에서 보건대

가장 중요한 요소인 형태에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바로 초가지붕의 실루엣 라인인 것이다.


외형적으로 초가의 아름다움은

초가지붕의 둥근 라인과 풍부한 볼륨에 있다.


그 둥근 볼륨이라는 것은 

한국미적으로도 전라도 항아리나 

조선 달항아리나 고려청자 및 

거슬러 올라가 신라 토기까지 이어지는 맥을 갖고 있다.

우리 지명에서도 달이라는 명칭은 

둥근 산일 경우에는 어디서나 써왔던 것을 보면

달과 같이 둥근 것은 

근원 이미지와 연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그 둥근 이미지는 진리를 형상화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기에 

더 고대로 올라갈수록 신성시되기까지 한 것을

여러 전통이나 풍속 그리고 이론에서 나타난다.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로 

옛 할머니들이 장독대에 치성을 드릴 때

둥근 사발에 정화수를 담아, 

둥근달을 보며 기도를 드렸고

서낭당에 치성을 드릴 때도 

팔로 둥근 원을 그리며 빌었다.

가장 단순한 겨레의 상징인 아리랑과 태극의 도형이

둥근 원 안에 있는 것도 무시 못한다.

오죽하면 신라 박혁거세나 가야 김수로를

둥근 알에서 나와 건국을 했다고 했겠는가.


알고 보면 이렇듯 중요한 것이 '풍성한 둥그스러움'이건만

이 시대가 이런 점을 간과(看過)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감성적인 면에서 

심각한 문화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초가집은 매해 이엉을 잇는 수고를 해야 한다.

기와집과는 다르게 번거로운 부분이라 하겠다.

사의재의 초가 얹은 것은 옛 초가를 걷어내고

새 것을 얹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겠다.

뒷산 뻐꾸기도 다 우는 사연이 있다지만

뼈에 가죽만 붙어 있는 것을 보는 듯 빈약하다.

초가는 옛 것 위에 새것을 차곡차곡 쌓을 때 

풍성함이 깃들고 실생활에서도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박새도 초가 안에 둥지를 틀기도 하고

지저귀지 않겠는가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강진 - 사의재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