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생존 밥상 84
묵은지와 굴의 조화
우리는 복 받은 민족이다.
생굴을 사시사철 싸게 먹을 수 있으니.
다른 나라에서는 어림도 없다.
프랑스에서는 일 년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 번 먹는 것이 소원이다.
너무 비싼 고급 음식인 것이다.
상황은 이태리도 마찬가지다.
이태리 일반인들에게는 굴은 사치로 인식되어 있다.
유럽에는 굴로 하는 요리라는 것이 딱히 없다.
생굴을 양파 다진 레몬 소스에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으로 먹는 정도.
저장법은 기름에 저장해 먹는데
그 맛은 과히 기막히긴 하다.
중국이 굴로 세계 요리에 기여한 바는
굴소스 일 것이다.
많은 중국 요리에 굴소스를 사용한다.
우리네 굴요리는 여러 가지로 풍부하다.
생굴로는
초고추장에 생굴로 주로 먹고
초간장을 뿌려 숟가락으로 퍼 먹기도 하고
김치에 싸서도 먹고
김치 속에도 넣어 삭혀도 먹고
어리굴젓으로 젓갈로도 먹는다.
난 생굴 무침이 좋다.
문제는 굴의 느끼함을 어떻게 잡느냐는 것인 바,
굴 좀 먹어 본 친구는 굴 하는 식당에서
굴 초무침을 할 때 고춧가루를 뿌리던지
아니면 청양고추를 썰어 넣는다고 한다.
굴찜 하는 식당에 가보면 꼭 고추를 준다고.
그밖에 굴전과 굴국밥, 굴밥으로도
그리고 야채와 무쳐도 먹고
달걀에 지져도 먹고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집사람이 김장 후 남은 굴을 겉절이에 무쳐 놨다.
겉절이는 굴의 느낌을 다 잡아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식초를 타서 다시 무치기는 거시기하고
무의도 손두부 집에서 가져온 묵은지를 곁들여 먹었다.
묵은지의 매콤 시큼함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