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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r 04. 2023

강진 - 백운동 별서 원림 17, 18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강진 - 백운동 별서 원림 17, 18



백운동 각석


별서 입구 다리 바로 정면 바위에 

'백운동'이라고 세긴 바위가 보인다.

별서를 세운 이담로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멋을 아는 사람의 글씨라는 인상이다.


그 암각 옆에 사인물이 역시나 서 있었다.

주자의 백록동 서원을 교묘히 끌고 들어와 

백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나한테는 먹히지 않을 글이다.


역사는 이미 우리에게 결론을 주었다.

조선 시대의 실패에 대해...

그 책임의 근원으로 학문 사대주의였던

유교 성리학은 피해 갈 수 없다.

특히 주자학의 영향력은 

이 비문에서 보듯이 그 심각성이 극히 심했다.

실학의 중심에 있었던 

다산 정약용의 제자 집안 후손들마저도

주자의 영향에서 못 벗어났으니...

주체 파악이 안 되게 유생들에게 

이상 따로 현실 따로의 삶을 살게 한 죄 

심히 크다 하겠다.


또한,

사상은 현실에 직접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주자 성리학의 여파로

조선 시대에 길들여진 유교의 관료주의가 

현재까지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습성들이 모이면 문화가 된다.

옳지 않은 습성이 뿌리 깊게 내린 것이다.


공자가 흠모했던 동이족의 사상은 

공자의 문치 위주의 점잔만 떠는 

위선적인 사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

공자가 정치에 등용되어 뜻을 펴고 싶었는데 

안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상상하는 공자가 

과장된 공자라는 실상을 짐작할 수 있으리. 

공자의 유교는 

후에 주자가 나와서 성리학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조선은 불교의 피폐 극한점에서 

새로 나라를 세우며 

순전히 자신들의 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은 불교 신자이면서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성리학을 내세웠다.

그리고 나라 이름은 고조선의 뿌리를 주장하고

조선이라 했다.

그러나 조선 초기인 태종 때부터

단군 조선 역사서인 신비집을 불태우기 시작하며

왕권 유지에만 급급해했던 것이다.


성리학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로써 왕권과 성리학자 정치의 공존이 

시작된 것이다.


적과의 동침은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는데 

뻔한 결론을 알면서도 택할 수밖에 없었으리니

그것은 이 씨 왕조의 유지를 위해서이다.

그 유지를 위해 동이족의 고대사는 방해가 되었기에

초기부터 성종 때까지 고대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백성들로부터 수거해 없앴다. 

불온서적을 가진 자는 엄벌에 처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에 엄연히 기록된 사항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생존이었던 것이다.


동이족의 역사와 정신과 사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기에

그들을 자신들만 알아야 했고

백성이 알면 정권 전복의 위험이 있으므로 

수거해 없앴다?

이것이 조선식 분서갱유가 아니고 무엇인가.

근래에는 중국의 문화 혁명과 다른 게 무엇인가.

비유하자면, 

집안에 좋은 보물을 두고도 

하인들에게는 모르게 하고

다른 동네 사람이 우리 보물을 흠모하여 만든 

짝퉁 보물을 다시 집안에 들여 

신줏단지 대하듯 하는 격이다.


그나마 세종 때에는 

환단고기에만 기록되어 있는

고조선 때의 글자인 '가림토(加臨土) 문자'를 차용해 

한글 체계를 정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렇듯 고대사를 근거해 

새로 창조적인 세상을 펼칠 무한한 것이 있다.




본류에서 세월이 흐르고 장소가 이동되면

변질이 되는 것이 종교와 사상과 역사이다.

우리의 본류는 너무도 오래되었고 

변질이 많이 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을 통찰력으로 구분하여 찾아내 계승하는 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일 중 하나라고 본다.


그중에 한 부분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순수한 '미의식'과 '역동성'이다.

뼛속 깊숙이 아로새겨진 자연주의의 인자는 

어찌 안 되는 것인가 보다.

그 결과물 중 하나로 

세계 도자 역사의 최고의 자기인 백자가 있고

더불어 세계 어디에 견줘도 우수한 

전통 원림 또한 남아있다.

이러한 불씨가 살아남아 있으니 

그다지 우울해할 필요는 없겠다.

역사 이래 겨레가 최저의 포물선을 그리던 

조선 시대의 그 상황에서도 

문화 예술의 꽃을 피운 것을 알지 않은가!

게다가 국민이 똑똑하고 저항 정신이 강하니 

긍정적이라 본다.







 








한갓진 동네 어귀


백운동 제자(題字)가 암각 된 바위에서부터 

동네 어귀까지가 백운동 별서 정원의 메인 출입구이다.

긴 터널 같은 동백나무 길이 이어진다.

계곡서 올라가는 길이 참 대단치는 않지만 매력적이다.

가을에 낙엽 쌓이면 연인들에게 아주 어울릴 분위기이다.

물론, 없는 품위도 저절로 갖춰질 터이다.




별서를 나오기 전에

가장 인상 깊었고

앞에 보이는 것 자체가 작품이었던 곳,

이름도 신선도 멈추게 한다는 정선대에

한 번 더 올라섰다.

주인장이 관광객 아주머니들과 소통을 하고 계셨다.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다.

시원한 풍광 속에서 잘 보고 가노라 인사를 드렸다.

주인장은 다음에 오시면

차를 대접하고 싶다는 말을 하신다.

이럴 경우 그분이 진심으로 하는 말임을 알아야 한다.

"네. 그러시지요." 대답했다.


그리고 각오를 말씀하신다.

정원 안에 매화나무 100그루가 있었다는데

세네 그루는 심을 작정이라고...


정약용의 전문가로서

'백운동 별서 정원'을 책으로 엮으신 

한양대 국문학과 정민 교수는

'백운동 별서 정원' 복원 사업 연구 자문위원이다.

그가 강진군 담당 공무원들과 다녀갔다더니

그분한테 들으신 얘기인 걸 알아챘다. 

드디어 의욕이 원예 쪽으로 서 있다는 점에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 말이

이분의 스케일의 한계를 보인 거라는 것을

본인은 모를 것이다.

군에서 이 정도의 군의 사활을 걸고 하는 일이고

명분과 기초 자료가 있는 마당에

이 리 치고 저리 치고 해서라도

매화 100그루 심는 것은 일도 아닌데 말이다.


정선대를 돌아 내려오며

뒤에서 주인장이 나를 가리키며

아주머니들에게만 하시는 말씀이

목소리가 큰 탓에 내게도 들려왔다.

"저분이 아주 전문가 양반이에요."

현지인의 촉은 역시 대단하다.




계류 주위의 동백나무 터널을 통과해

내원에서 외원으로 나왔다.

오른쪽 올라가는 길은 대나무 밭이요

왼쪽 내려가는 길은 원림 서쪽 둘레를 따라

마을 어귀로 빠져나가는 길이다.

잠시 대나무 숲의 언저리를 보고 내려 나왔다.

동네 어귀는 아담하고 한갓지다.

원림의 서쪽 둘레는

빽빽하게 나무로 둘러 쳐져 있어서 안을 가늠할 수 없다.

계곡의 흐름 상 서쪽은 물길의 원심력이 작용해

습기가 많고 물기운이 은근하지만

지속적으로 들어차는 곳이라 집이 있을 곳은 못된다.


조금 구경삼아 내려가다 보니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 집 두 채가 있는데

부러울 정도로 아늑해 보인다.

좀 더 내려가노라니

왼쪽 원림 둘레길 가에 집이 한 채 보인다.

숲 속에 그림 같이 들어앉은 집이다.

보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풍수상 사람 살 곳은 절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문에 뭐라 쓰여 있어 보니

화실이다. 주의 사항이 쓰여 있는데

도무지 들어와 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애매모호 한 글귀들이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고서야 

그 의도를 알았다.

화실로 쓰려했으나 

여의치가 않아 팔고 싶은 것이다.



마을 어귀에 시골에 

걸맞지 않은 현대식 화장실이 있다.

군에서 별서 정원 관람객들을 위해 

별서에 피해를 안 주려고

화장실을 별서와는 좀 떨어진 곳에 잘도 만들어 놨다.

그러나 화장실 사인물은 별서 근처 어디에도 없었다.

재미난 일이다.

급한 사람이 알아서 해야 할 만큼

별서는 중요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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