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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r 29. 2023

강진
영랑 생가 사랑채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신령한 월출산 밑자락의

신선들이 놀았을 법한 계곡에서

영혼을 씻었다.


또한 그 밑에

학자들의 자연 속 별서에서

정신을 고취시켰다.


다음은 아랫마을 강진읍에서

서민들의 향취를 느껴볼 차례이다.





강진읍의 밤


강진 가기에는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피곤함 때문에

고속버스가 적절하겠다.

백운동 별서 정원이나 월출산 계곡은 

강진읍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보통 답사할 때, 

가장 먼저 현지에서 확보해야 할 것이 

허름한 백반집이다.

보통 모여 있는데, 

3곳 정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예전과 달리 시골이나 서울이나 

백반값은 비슷하다.

현지 제철 신선한 재료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식당 문밖에서 

조개를 다듬고 있는 집을 택했다.

맑은 조갯국에 조개 무침이 

반찬으로 올라왔다.

조개가 제철인지 통통했다.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느즈막 저녁을 먹고

이리저리 강진읍을 배회했다.

자그마한 읍의 밤 거리는 낯설고

바람 한 점 없었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다가

24시 편의점 앞 파라솔 테이블에서 

모기를 잡고 있었다.

몇 시간만 지나면 새벽이라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백반집이 기대되었다.


뒤 테이블서 동네 술집 기도 보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얘기들이 들려온다.

술자리서 하는 살아온 인생 얘기가 

남도답게 리얼하구먼...

그래도 현지 말에 익숙해지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상대에게 "아야,........"로 시작하는 말에서

비록 양아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말에서 조차

고유의 것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태초의 말씀이자

창조 형상의 원천이다.

형상으로는 한 점이다.


가림다토 문자를 근거로 만들어진

훈민정음의 '아래 하' 한 점이고

하늘을 의미한다.


진리를 상징하기에 

진리의 속성 중에 아리따움이 깃들여 있는

아기, 아가씨, 아주머니, 아저씨 등에 사용했다.

영어로는 닷트이다.




모기 32마리째 잡았을 때 옆에 누가 앉는다.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음료수를 건네며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려 한다.

답사의 오랜 경험은 

유사시 순간 판단력을 가져다준다.

때로는 살아야 하니까...

이 경우는 하늘이 보낸 사람의 경우이다.

지나고 나면 답이 나오겠지 

오리지널 전라도 억양이나 들어보자 생각했다.

자기는 광주 사는 장성 사람이란다.

전남과 전북이 말이 틀리냐니까 틀리단다.

그러나 전남은 대충 비슷하단다.

광주행 첫차를 기다리는 그 사람,

내가 시간 때우기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소설같이 살아온 바닥 인생 스토리를 

묻지 않아도 술술 해댄다.

전라도 억양이 귀에 익어질 무렵 

동이 트기 시작했다.




읍내에 있는 '시인 영랑의 생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위치상으로 강진읍에서 제일 높고 

좋은 터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변에 남아있는 좁은 골목들의 환경을 보아하니

그의 시가 나온 배경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영랑집 앞에 서니 

행랑채에 사랑채를 갖춘 꽤 큰집이다.

강진 대부호의 맏아들이었음이 틀림없다.

행랑채 앞에 모란꽃 사이로 

영랑의 대표 시를 각석한 큰 돌이 보인다.

시를 읽으며 좀 전에 헤어진 사람이 

하늘이 보낸 사람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시가 전라도 사투리 억양 그대로 쓴 것임이 

읽히는 것이었기에...









강진

영랑 생가 1, 2, 3, 4



사랑채 


우리 인간이란 본시 노는 것을 좋아라 한다.

혼자 노는 데 익숙해도

더불어 노는 것을 마다할 내가 아니다.

그런 내 앞에 안채로 이어지는 행랑채 문과 

오른편에 사랑채로 올라가는 문이 있다.

그중에 어디를 택했겠는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오른쪽이다.



굳이 사랑채에 사랑이란 말이 

들어가서가 만이 아니다.

사랑이란 어원은 알고 보면 

기운이 확대되어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개인의 기운들이 모여 합해져 

더 큰 기운이 되는 것이다. 

남녀의 사랑의 경우는 

합해지면 음양을 떠나 커다란 하나에 

들어감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의 사랑채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랑채 대문 왼쪽은 소외양간이고 

오른쪽은 농기구 놓는 곳이다.

사랑채 대문을 실속 있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그 집 마당쇠는 

소똥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겠다.

풀 여물을 먹고 배설한 쇠똥은

생각만큼 냄새가 안 날 뿐 아니라

고약하지도 않다.




영랑집에 와서 

사랑 얘기다 똥 타령을 하는 것은 

건축물에 대한 예의에 대한 것으로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고 관람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축 공부 백날 해도 

이 간단한 걸 모를 수도 있다.

본래 진리란 의외로 소박한 데 있는 법이다.




사랑채 대문에 들어서니

약간 위쪽에 사랑채가 있다. 

그래야 권위가 서지.

예부터 모든 건축물의 배치에 통용되어 온 바이다.

실리 하고도 직결되기도 한다.

사랑방에 동네 친구들과 

손님들만 오는 것이 아니다.

소작인들 그리고 사업상 관계되는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자가 들어서면서부터 

한 수 꺾이고 들어오면 편하다.

심지어 사찰 입구에는 겁주려고 

사천왕상들을 배치했다.

아주 고의성이 농후한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래야 시주가 많이 들어온다는 

축척된 노하우일 것이다.

모든 종교의 건축물들도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나를 낮추어야 진리에 가까워지고 

에고를 없앨 수 있다면 

비욘드 세계에 들 수 있겠지.

그러나 그 이치는 악용될 소지도 있다.

어차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게 

조건 지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그 주어진 상황을 즐겁게 취하는 것이다.

무슨 목적으로든 자금을 들여 

멋지게 지었을 것 아닌가.

정작 지어놓은 사람보다 

더 거기를 이용하며 노니는 것이다.

놀며 최대로 뽑아낼 수 있는 수단도

감성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이미 인간에게는 주어져 있다.

감성을 살려 그것은 느끼는 것이다.

"자연과 예술은 느끼는 자의 것이다."라고 

누가 그랬더라?













큰 골동품, 한옥


사랑채가 특이하다. 마루가 양쪽으로 두 개다.

두 팀을 동시에 받아야 되는 상황이었나 보다.

늘 죽 때리는 동네 친구들과

업무상 오는 손님 접견을 위한...

실제로 이곳에서 서울에서 유명 문인들을 모셔와

시 낭송회를 하곤 했다 한다.



한옥은 레고와 같은 식의 조립식 구조이다.

분해해서 옮기기 좋고

기본이 기둥과 보로 되어 있으니

어느 면이든 벽을 세우면 방이 되고

벽을 안 치면 누각이 된다.

누각도 문짝으로만 둘러치면 안이되고

문짝을 위에 걸어 메어달면

탁 트인 마루가 되어 버린다.



보통 방으로 지정한 곳 바닥은 구들을 앉힌다.

아궁이도 편리를 위해

어느 방향이든 정하기 나름이다.

영랑의 사랑채 경우는,

두 마루 사이에 커다란 방이 하나 있고

각 마루 뒤에 방이 각각 한 칸씩 있는 구조이다.

뒷방 두 개 중 작은 하나는 분명 머슴 방이다.



근데 뒷면에서 세 방을 불을 땔 수 있는

가운데 파인 곳이 있는데

그곳에 아궁이가 없다.

복원하면서 전시 건축물이니

아궁이를 생략하고 막아 버린 듯싶다.

아무리 전시용 구조물이지만

가끔 습기 많을 때는 불을 때 줘야 오래갈 텐데...

빈 집들의 공통점은 오래 비워두면

아궁이가 없는 마루 천정부터 무너져 내린다.

한옥의 가장 큰 적은 습기인 것이다.




한옥이 상하면 다시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새로 짓는다 치더라도 그 맛이 안 난다.

예전 한옥은 나무를 깎기로 일일이 깎아서 만들고

돌은 정으로 대충 쪼아 손맛이 있지만

요새는 기계로 손쉽게 다듬어

예술성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다시 지으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과

조립식이라는 특징을 모르기 때문에

한옥이 그동안

얼마나 푸대접을 받아 왔는지 모른다.



문화재적 가치 판별이 난 한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헐어 버렸다.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을...

그런 면에서 앞으로 이런 사실을 눈뜨게 되면

깎기로 깎은 옛 한옥들의 가격은 치솟을 것이다.

지금도 한옥을 새로 짓는데

일반 집 짓는 것보다 비용이 두 배 이상 드니

그때는 몇 배가 될지도 모르겠다.

흔했던 골동품들이 그런 대접을 받아왔기에

지금은 박물관에서 아니면

구경도 못 하게 된 것이다.

한옥도 크기가 큰 골동품인데 말이다.






















사랑채 내부와 주변


사랑채 전체 구조를 봤으니 

이제 안을 들여다봐야지.

툇마루를 올라서자니 거친 잔다듬 댓돌이

단순한 현대 조각물을 설치해 놓은 듯하다.

길쭉한 방의 내부에서 한 겨울에 

동네 남정네들이 모여 술판을 벌이며

왁자지걸 하며 짓궂은 장난과 

농들을 했을 장면들을 연상해 본다.

멀리서 온 손님은 취해도 뒷방서 재우면 되니

사랑채가 게스트 하우스 역할도 했을 법하다.

아주 실용적인 공간이다.


처마를 이고 있는 보들도 

반 아치 모양의 둥근 선이 유려하다.

저리해야 지나다니는 사람의 

갓 끝이 안 부딪혔겠지.

영랑은 손님 없을 때 

사랑채 마루 위에서 뒹굴며 

시를 구상했을 것이고

머슴은 외양간 돌보랴 마당 쓸랴

사랑채와 담을 하고 있는 채마밭 일하랴 

바빴을 것이다.

채소밭이었던 자리는 

영랑집 복원 사업을 하면서 

목련밭으로 둔갑했다가

영랑 옛집 뒤 목련 공원이 들어서며 

지금은 서양 잔디를 깔았다.

구청서 잔디 위에서 

이따금 행사를 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고택과 안 어울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랑채에서 밥 때 되면 안채로 건너갔겠지?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는 

낮은 담장과 격식 있게 지붕 있는 쪽문이 있다.

담이 낮아 안채 안이 다 보이는구먼.

안채에 있어도 사랑채의 동태를 

한눈에 환히 알 수 있고.




영랑 생존 시에 이 사랑방에

서울 문인들을 초대해서 시낭송회를 했다 한다.

그중에는 춘원 이광수도 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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