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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15. 2023

에드워드 호퍼 전
관람 후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1942





미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내면을 그리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좋아하는 작품,

고대하던 전시다.




오래전에

처음에 호퍼의 그림을 보는데

시를 읽는 느낌을 가져서

이것이 뭔가? 생각했었다.




창조자 시선의 

독특한 구도 


그림 그리는 화가의 입장에서

보통 사물이나 풍경 볼 때의 시야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볼 때의 시야가

틀리다는 것을 젊어서부터 느껴왔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오래 내면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보람이다.


그림을 위해 구도를 잡으려 생각하면,

그 순간 대상과 거리가 생기거나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상과 분리되어 

객관화가 순간 이루어진다는 점.


그것은 보통 삶과 동일시되던 의식에서

의식이 

그림을 그리려는 창조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같은 의식인데

확연히 틀리는 경험을 한다.

그 순간만큼은 

창조자 즉 신의 의식 상태인 것이다.


그 의식 상태를 그림에서 보여주고

관람자에게 공간감을 체험하게 하는 그림이

호퍼의 그림이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도에서의 큰 차이는

화각이다.

서양화는 화각이 좁다. 

그에 비해 동양화는 화각이 넓다.

화각이 넓다는 것은

스케일이 크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동양 사람들의 시야가 넓다는 것은

대상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서양이 분석적이고 

동양은 총체적이라는

특성과도 맞아떨어지는 얘기이다.

사실,

서양은 철학이 발달하고

동양이 더 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서양의 미학 교수들은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사고에서

깊이 파고드는 것을 잘했었다.

그 이상의 영적인 면에서는

전혀 일반 한국인들만도 못했다.


호퍼 그림의 시각은 다른 서양 작가들보다

시각이 넓다.


여기까지가 호퍼 전시에 대한 나의 최선이다.





군더더기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다 관람 후기를 위한 군더더기이다.


미국 현대미술은

모네의 인상주의 영향을 받은 후로는

미국식 리얼리즘의 특징을 보인다.

리얼리즘이 발달한 것은 

책에 들어가는 삽화가

대중문화에 유독 자리를 잡아서 이다.


그런 삽화 작가들 중

가장 회화성을 잃지 않은 작가가 

에드워드 호퍼이다.


소제목에서 처럼 호퍼는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가 맞다.

내면을 그리는 작가도 맞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자가 타이틀을 잘 뽑아 정했다.


한국에 호퍼의 팬들이 많다.

첫 전시라 호황을 일으킬 것은 뻔하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가장 알려지고 보고 싶은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이

오지 않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 작품은 시카고 미술관에 있으니

따로 나중에 봐야지 싶다.

그 덕에

본의 아니게 남겨두게 되는 여유도 가져본다.




호퍼는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조용하고 성실하게 주어진 삶을 산

범생이다. 

일러스트로 밥벌이를 하며

동문인 부인과 안정적이고

정적인 삶 말이다.

즉, 정신병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유형의

작가라는 얘기이다.

작가를 광대 취급하고 자극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이 되겠지만.




전시 기획은 주제별로

초기 데생 수업 시대, 에칭, 파리 시대,

뉴욕 시대,  뉴 잉글랜드 휴양지

그리고 부인인 조세핀 호퍼를 

그린 그림, 프리랜서 삽화가 시절 

삽화로 나눴다.



초기 데생 수업 시대


화가들의 데생력은 

화가가 그린 인물의 손이 가늠한다.

그만큼 손을 그리는 것은 어렵다.

재능이 특출 나지 않고서는

자연스러운 손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도 인물화에서

손을 감추고 그린 경우도

역사적으로 종종 있어왔다.


호퍼의 손 그림은 

타고난 재능은 아님을 보여준다. 









손 그림으로 유명한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의

'아담의 창조' 부분의 

하느님과 아담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마주한 집게손가락 끝의 극적인 표현이고


뒤러의 뒤러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의 손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그림에서

아들의 어깨에 올려진 아버지의 두 손이고


다빈치 모나리자의 통통한 부드러운 손이다.


그중 최고 감동의 손은

역시 렘브란트가 그린 손이 아닐 수 없다.

인간미가 깃든 그림으로써

최고인 렘브란트 그림이라서가 아니라,

한 손은 부성의 손이고

한 손은 모성의 손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즉, 신성을 표현해서 이다.









파리 시대


도시 그림과 

세느 강변에서 자연을 그린 그림과는 

색의 차이가 확연했다.









뉴욕 시대


자신의 집 계단에서

밖을 내다보는 ‘계단’(1949)을 위해

스케치로 습작을 그렸다.

에스키스(습작)를 할 때,

작가는 그의 의도를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에스키스에서의

계단이 생략되고

문 밖으로 보이는 옆집은

유화에선 숲으로 바뀌었다.

정리정돈을 화가가 만족할 만큼 했기에

그림에 집중력과 힘이 생겼다. 









부인인 조세핀 호퍼


정지된 인물과 공간으로 

인간의 고독을 발산시킨다.





에드워드 호퍼, 호텔 방, 1931






관찰자의 

독자적인 시


호퍼는 상당한 꼼꼼쟁이로

에스키스(작품 기획 단계의 초벌 데생)에

관찰한 대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5권의 노트에 남겼고

이번 전시에 3권을 공개했다.


그 노트의 내용은 

주로 대상의 특징들과 색채 이름들이다.

작가 노트는 작품 제작 노하우에 해당하므로

상당히 중요한 소스이다.

이 노트를 통해 작가의 관찰자 시선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다.


호퍼는 말한다.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가의 내면의 삶을

밖으로 표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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