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곡이 아니었는데

by 문애

집에서 일하는 모로 씨와 나. 내 작업실은 안방, 모로 씨는 거실을 쓴다. 우리는 가끔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한다. 벽 너머로 모로 씨 웃음소리가 들리면 내가 조금 소리 높여 묻는다. “왜요?” 그럼 모로 씨가 대답한다. 벽을 사이에 두고도 소통이 된다.

그러다 떠오른 옛일 하나. 영화 <원스>가 흥행했던 해의 일이다. 그때 나는, 다들 MP3플레이어로 갈아타는 와중에도 고집스럽게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외출하기 전에는 좋아하는 CD 몇 장을 고심해서 골라 CD집에 넣곤 했다.

하루는 친구랑 과방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요새 뭐 들어?”하고 물었다. 그즈음에는 CD집을 챙기는 일이 없었다. <원스>OST에 꽂혀 있어서 다른 CD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원스 OST”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벽 너머에서 ‘Falling Slowly’전주가 들려왔다. 나랑 친구는 뜻밖의 소리에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옆방은 다른 과방이었다. 누군가 우리 얘길 들은 모양이었다. 기타 연주는 잔잔하게 이어졌다. 우리는 잠시 하던 공부를 놓고, 숨죽여 웃으며 음악을 들었다. 웃음소리가 새어나가면 연주가 끊길 것 같았다. 아직도 어디선가 ‘Falling Slowly’가 들려올 때면 그 순간이 떠오른다.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그 친구도 그날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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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k8mtXwtapX4&list=RDk8mtXwtapX4&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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