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가고 싶은 카페

by 문애


오랜만에 만난 엄마, 아빠와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갔다. 부모님집 근처에 있는 이 카페는 결혼 전부터 자주 들락거리던 곳이다.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기 때문이다. 그냥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맛있는 커피가 흔해져서 예전이라면 특별했을 커피가 보통으로 느껴지는 요즘지만 이 집 커피는 언제 마셔도 눈이 번쩍 뜨인다. 커피의 자태에 한 번 놀라고, 커피 맛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저건 맛있는 커피임에 틀림없어라는 확신을 주는 모양새. 우유와 커피가 원래 하나였다는듯 더할 것도 덜 것도 없이 조화로운 맛.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확고한 자기 세계가 있어 절로 자신감이 배어나오는 사람. 멋 부리지 않았는데도 은은한 멋을 풍기는 사람. 이곳 커피가 딱 그렇다.


이 맛을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서, 사람이 붐빌 때는 30분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주인장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항상 여유롭다. 늘 친절하며 좋은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다. 그런 주인장 별명을 우리는 싱글벙글이라 지었다. “오랜만에 싱글벙글 갈까?” 뭐, 이런 식이다.


싱글벙글 씨는 친절하다. 혼자 커피 만들기에 쓸 에너지도 부족할 텐데, 저러다 지치고 말지, 걱정이 될 정도로. 그런데 머지 않아 알게 되었다. 싱글벙글 씨는 친절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갔던 어느 날.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여자 분이 카페를 나서며 싱글벙글 씨한테 말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너무 오래 있어서 미안해요.” 그랬더니 싱글벙글 씨가 하는 말.

“에이, 괜찮아요. 이불 까셔도 되세요.”

항복. 그날 이후 나는 싱글벙글 씨에 대한 일체의 의심을 거둬들였다.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뼛속까지 친절이 쏙쏙 배인 사람이.

싱글벙글 씨는 어제 그곳에 처음 가본 아빠에게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 것처럼 서글서글하게 인사했다. “아버님도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싱글벙글 씨는 이 작은 카페를 혼자 도맡아 운영한다. 새벽에 일어나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가게에 출근해 하루 영업을 준비한다. 10시에 문을 열고 5시에 문을 닫는다. 영업 중엔 식사를 하지 않고, 집에 돌아가서 저녁 식사를 한다. 하루에 한끼만 먹는다. 언젠가 내가 가게를 넓힐 생각이 없냐고 물었을 때, 싱글벙글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커피 만들 거예요.”

부디, 그러기를. 나도 할머니가 돼서도 그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KakaoTalk_20260204_190102188.jpg 싱글벙글 씨 커피 사진이 없어서, 좋아하는 다른 카페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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