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에서 돌아온 모로 씨가 해준 이야기다. 동네 서점으로 향하던 모로 씨 앞쪽에 초등학생 1,2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 걸음은 당연히 모로 씨보다 느렸다. 모로 씨가 아이를 앞지르는 순간, 아이가 모로 씨를 향해 말했다.
“안녕하세요!”
모로 씨는 뜻밖의 인사에 놀라서 뒤를 쳐다봤다. 아이가 웃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당황한 모로 씨도 “안녕하세요”하며 인사했다. 인사를 마친 모로 씨는 가던 길을 갔는데, 흐뭇한 한편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좀 더 깍듯하게 인사했어야 했는데. 모로 씨는 내 앞에서 그 상황을 재연하면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렇게 인사했어야 했는데!” 모로 씨는 싱글벙글 웃었다.
모로 씨는 아이가 인사를 한 건 물론 길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을 기특해했다. 모로 씨랑 나는 길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간혹 길거리를 걸으며 책이나 만화책을 보는 사람이 있었다. 대학 선배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만화책을 두 손으로 든 채 걸어다니면서 보던 사람이. 선배를 좋은 시선으로 볼 수는 없었다. 길에서까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이기심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다닌다. 이제 선배 같은 사람들의 전성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여름,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식당은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테이블마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다른 손님들과 합석한 거나 다름없었다. 내 바로 옆에는 초등학생이 앉아 있었다. 그 애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소리를 크게 키운 채였다. 맞은편에 앉은 조부모는 아무 주의도 주지 않았다. 내가 나섰다. “소리 좀 줄일래?” 아이는 아무 반응도 안 하고 실실 웃으며 계속 게임을 할 뿐이었다. 초등학생한테 무시를 당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이렇게 하면 돼”라며 직접 볼륨을 줄이려고 시도했다. 아이는 계속 웃은 채로 게임을 하며 내 손을 따돌렸다. 아이와 실랑이 하는 동안 아이의 조부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어른들은 아이들을 훈육하지 않는다. 뭐든 아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는 세상. 이 아이가 자라서 어떻게 될까.
그래서 길에서 만난 아이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건넨 인사가 기특함을 넘어 고마웠다. 나도 모로 씨를 따라나섰다면 좋았을 걸. 나도 아이한테 “안녕!”하고 다정하게 인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