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에 갔다. 평일 오후라 한가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꽤 있었다. 탕에 몸을 담근 채 소곤대는 할머니들의 얘깃소리가 목욕탕을 울렸다. 아, 정말 오랜만이다. 대중목욕탕 자체도 그렇지만 이 목욕탕에 온 지는 더 오래됐다. 지난 여름, 어릴 때 살던 이 도시로 다시 이사를 올 때 만해도, 다시 이곳에 목욕을 하러 올 줄은 몰랐다.
십대 때 주말 하루는 꼭 이곳에 와서 목욕을 했다. 한 번은 친한 친구를 마주쳤다. 난 혼자였고, 친구는 동생과 함께였다. 우리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는데, 서로를 알아보고는 부끄러워서 배시시 웃고 말았다. 그리곤 각자 알아서 목욕을 했다. 때 미는 데 열중하고 있는데 뒤에서 친구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다.
“등 밀어줄까?”
친구는 쭈그려앉아 몸을 가린 채였다. 세숫대야로 가렸던 것도 같다. “괜찮아.” 우리는 또 다시 수줍게 웃었다. 나는 친구가 편히 갈 수 있게 고개를 얼른 앞으로 돌렸다. 학교에서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팔짱을 끼고 매점에 가서 언제나처럼 딸기우유랑 딸기산도를 사먹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탕에 몸을 담그니 노곤노곤 몸이 코인육수 마냥 풀리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뜨거운 물이 싫었는데, 이제는 40도가 넘어야 따뜻하다 싶다.(그래도 아직 시원하다는 말은 안 나온다) 열탕에서 나와 때를 밀다보니, 그동안 쌓였던 묵은 생각들도 정리되는 것 같다. 멍 때리기에도 좋다. 복잡했던 머리가 개운해진다. 사실 머리가 복잡했던 건 어제 친구랑 이야기하다 기분이 상해버린 탓이었다.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친구한테 토로했다. 바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마음이 상해”라고 얘기했으면 좋았을 걸. 앞으로 그때 그때 가볍게 얘기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실컷 때를 밀었다. 목욕하면서 마음까지 씻어낸 기분이다. 아, 개운해. 목욕탕을 마치고 매점에서 삼각 팩에 든 커피우유 하나를 사서 마시니, 그제야 나만의 의식을 마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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