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해서 될 일은 없다

by 문애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정말 별 거 아닌 말이라서 왜 이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하는 말들. 막 회사에 들어갔을 때, 회식 자리에서 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일어나던 선배가 했던 말. “나이 들면 부모님 사이가 좋은 게 최고야.” 그때는 선배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나 보구나 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흘러 내가 그때의 선배 나이가 되고 보니 꽤 자주 그 말이 떠오른다. 정말 그래, 진짜 맞는 말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전, 부모님 집에 갔더니 엄마가 아빠 흉을 봤다. 아빠가 맛밤을 숨겨두고 혼자 먹는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빠가 그 밤을 샀을 리는 없고,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은 거라고 추측했다. 그 밤은 내가 보냈다. 당뇨에 걸려 먹고 싶은 걸 실컷 못 먹는 아빠가 간식으로 먹으라고 보낸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아빠가 엄마랑 나눠 먹을 줄 알았다. “나 먹으란 얘긴 한 마디도 안 하더라.” 엄마는 서운한 모양이었다. 아빠도 할 말이 있었다. 아빠 말로는, 엄마가 피자를 사와서는 자기 방에 들어가 혼자 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좋지 않은 부모님 사이를 그냥 받아들인다.


누군가 그랬다. 결혼이란 시작과 동시에 나빠질 일밖에 없다고.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결혼 역시 가꾸거나 돌보지 않으면 시들기 마련이다. 당사자가 팔을 걷어붙이지 않으면 부처님 할아버지가 와도 소용없다. 그렇기에 나는 “먹을 게 있으면 나눠 먹어야지”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 혼자 먹고 싶으면 혼자 먹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나눠 먹으면 좋겠지만 나눠 먹어야 한다고 강요할 생각일랑 전혀 없다. 전에 일곱 살 조카한테 동생이 그랬다. “할아버지한테 뽀뽀해줘.” 조카는 정색하며 말했다. “엄마가 해!” 조카 말이 맞다. 다른 사람한테 강요해서 될 일은 없다.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말이 또 있다. 취재 차 만난 80대 할머니께서 하셨던 말.

“인생 이거 우르르 쾅 하는 사이에 지나가.”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만 그 말이 생각난다. 맞는 말이다. 이제 막 내 인생이 시작됐다 느꼈던 스무 살에서 벌써 30년 가까이 흘러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앞으로 인생은 얼마나 빨리 지나가버릴까. 언젠가는 먹는 것 갖고 아웅다웅하는 나의 부모도 세상을 떠날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엄마 아빠가 오순도순 먹을 걸 나눠 먹는 이상적인 부모이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기 모습 그대로, 부디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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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할 때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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