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처럼 간직하고 있는 물건 있어?”
카페 옆자리에서 들려온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흘낏 보니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 둘이 앉아 있다. 긴 머리 여자는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자가 스무 살 때, 좋아하는 남자랑 데이트를 한 어느 밤이었다. 버스가 끊긴 시간이었는지 여자는 택시를 타야 했다. 남자는 택시를 잡았다. 여자가 택시에 오르자 남자는 택시기사에게 5천 원을 건네며 말했다. “기사님. 잘 부탁합니다.” 기사는 5천 원을 받아 미터기 아래에 놓아두었다. 그렇게 택시는 출발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여자는 남자가 한 행동이 흐뭇해서 웃음이 났다. 여자는 5천 원을 바라보며 그 밤을 기념할 계획을 세웠다. 마침내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하자 여자는 기사에게 말했다. “아까 그 5천원 저 주실래요?” 여자는 남자가 기사에게 준 5천원을 돌려받고, 대신 자기 돈으로 택시비를 냈다.
“그 오천 원이 내가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부적이야.”
여자가 말했다. 다른 여자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아직도?”라고 묻자 여자는 지갑을 꺼내 톡톡 쳤다. 그때 그 오천 원이 지갑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네. 나는 미소가 번지는 얼굴을 숨기려고 얼마 남지도 않은 커피를 들이켰다.
그나저나 나에게도 부적처럼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 모로 씨가 청혼하며 써준 편지와 결혼할 때 친한 친구가 써준 편지. 집에 돌아온 나는 박스에 넣어둔 나의 부적들을 다시 꺼내보았다. 먼저 모로 씨가 준 편지부터. “읽다가 편지를 찢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볼게”라고 시작한 편지는 후반에 “여기까지 읽었다면 읽는 도중에 편지가 찢겨지는 사태는 피한 거네”로 끝이 났다. 찢을 리가 있나. 그때 그 마음을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데. 친구가 써준 편지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나랑은 달리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친구는 편지 봉투에 귀여운 토끼 스티커를 붙였다. 조심스럽게 뜯으려고 했는데, 아뿔싸. 그만 토끼 목을 따고 말았다. 미안, 토끼야. 그래도 이 편지는 변함없이 간직할 나의 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