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음이 문제라고요?

밤이냐 바암이냐 눈이냐 누운이냐

by 에그페스토

캐나다 카페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끔 무례한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손님 대부분은 다들 친절합니다.)


가을이 찾아오면서, 피칸(Pecan) 음료가 출시되었다. 작년에도 판매되었던 음료고 올해에도 역시나 대중적인 가을 음료 중 하나인데, 한 노인분께서 피칸 드링크를 달라고 하셨다.


한국으로 치면 커피 하나 달라고 한 거랑 같기에 구체적으로 되물었다. 피칸 오트 라테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피칸 코르타도를 원하시나요? 그의 답변은 "What?"이었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말씀을 드렸더니,

"Huh? Oh.. Pecan?(피캐ㅏㅏㅏㅏ안)"

네.. 피캐ㅏㅏㅏㅏ안 드려요?라고 묻자 내 발음을 교정해주고 싶으셨는지 한참 동안 피캐ㅏㅏㅏㅏ안만 거듭 반복하셨다. 그래서 네 그 음료 드릴까요?라고 다시 묻자,

"Are you student? or university student?"

하... 너무 바쁜 날 손님도 너무 많은 날 재료가 훅훅 줄어 재료를 만들러 가야 하는데 저한테 왜 그러시나요... 적당히 학생 아니라고 음료는 픽업대에서 받아가시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그럼 너 그냥 여기서 일하는 거냐? 그냥 일하겠나요.. 되게 열심히 일하는데.. 일하는 제가 안보이시나요... 뒤에 손님도 안보이시나요... 흑흑흑

"Yes, I'm just working here. I'm so sorry.."라고 운을 떼며 손님 있다고 말하려는데,

"Don't be sorry. English is very hard. You need to practice.."

(미안해하지 마렴. 영어 배우기 힘들지? 연습하면은~)

"Oh sorry Madam, I mean there is a long line. I need to take the next order now."

(아뇨, 줄 기니까 다음 주문받는다구요.)

그분은 오.. 오..! 오우.. 하시더니 가방을 챙기시고 사라지셨다.


가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이런 일을 겪고는 하는데 , 사실 피칸이든 피카이아아안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분은 그냥 아시아에서 온 나보다 본인이 위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날따라 딴지를 걸고 싶었던 거겠지.


세상엔 많은 발음이 있고 난 카페에서 1년 이상 일하면서 피칸과 아무 문제도 없었다. 과거의 나는 속상해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는 그냥 무례하신 분! 하고 흘려보낸다.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