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한국에서는 신발 하나를 굉장히 오래 신는 편이었는데, 캐나다에서는 도대체 신발을 몇 개를 사는 건지 셀 수가 없다. 모든 신발들이 다 발이 너무 아프거나 심지어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하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짧게 휴가를 보내게 되어 신발 세 켤레를 사 왔는데, 하.. 발이 갑자기 자란 건지 한번 신었을 뿐인데 발이 너무 아팠다.
근무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발의 앞코가 옥죄어 왔고, 가여운 발가락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캐나다로 돌아온 후로 계속해서 예기치 못한 일을 겪게 되었고, 향수병은 더욱더 짙어져만 가는데, 하필 신발까지 말썽을 부리니, 끝내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괜히 다시 돌아왔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국에 있을걸...'
'엄마, 아빠 보고 싶어.. ㅠㅠ'
'캐나다에서 사는 게 사실 무리수였는데 내 고집으로 있는 건 아닐까?'
'그냥 더 늦기 전에 빨리 돌아갈까?'
'너무 힘들다. 다 놓고 싶어... 뭐 때문에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작은 신발이 나에게 준 고통은 비단 발가락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퇴근 후, 하염없이 아픈 발가락만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발가락만 아픈 거잖아? 그래! 발가락만 아픈 거네!'
그렇다. 나는 발가락만 아픈 거지 발이 아픈 게 아니었다. 발가락이 문제면 앞코를 엄청 엄청 늘리면 되지! 그렇게 나는 앞코를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은 두꺼운 양말을 신고 늘리는 방법인데 나는 두꺼운 양말이 없어서 일반 양말 12겹을 신고, 드라이기로 앞코를 가열하여 신발을 늘리기 시작했다.
맞지 않는 신발이 있었으면 버리고 다른 걸 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계속 신어야 한다면, 그리고 신을 수 있다면, 나에게 맞도록 한 번은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캐나다에서 다 내려놓고 한국에 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할 일이 남아있기에 나에게 맞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보려고 한다.
그러다 또다시 신발이 안 맞고 발가락이 아니라 발전체가 너무너무 아프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이제 그 신발과 뛰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