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불리고 싶은 이름/애칭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력서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Preferred Name'이라고 따로 적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건넬 때, 꼭 호명을 하는데, 보통
"Iced Americano for Jennie!"
"We’ve got a Latte for John!"
"White Mocha is ready for Anna!"
이렇게 말하고 픽업대에 음료를 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피크타임에는 정신이 없고 중복되는 음료가 너무 많기 때문에, "For Alex!" 하고 그냥 이름만 부르기도 한다.
모바일 주문을 받다 보면, '이름이 없는', '뛰어오세요', '집에 가고 싶은' 고객님 등 웃음이 나오는 재치 있는 닉네임들을 볼 수 있다.
카페 근무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주문스티커에 'Al'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당연하게 "For Al(알)!"이라고 외쳤으나, 바글바글한 손님들 중 그 누구도 음료를 픽업하지 않았다. 쌓여가는 주문목록의 압박은 '내가 이름을 잘 못 부른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고, 나는 다시 한번 힘껏 외쳤다.
"For AI(에이아이)!"
군중 속에서 AI를 외쳐본 적이 있는가?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인중을 늘렸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은 채, 눈동자를 굴리며 손님들을 살폈다.
그러자 한 손님이 화장실 쪽에서부터 허겁지겁 달려와,
"Oh, my drink! Hi, I'm Al(알). Thank you."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후로도 한 번씩 아리송한 이름을 볼 때면, Al 씨가 스쳐 지나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