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고기를 자주 먹고살았다. 나 또한 왕년(?)에는 앉은자리에서 삼겹살 1kg 정도는 거뜬히 먹던, 미친 식욕의 소유자였다. 그때가 바로 중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밥상에 앉자마자 먹는 동시에 소화가 되는, 위대한(?) 나이였다.
우리 집에서는 종종 전기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식탁 대신 큰 상을 펴고 둘러앉아 밥을 먹었기에, 전기그릴은 고기를 끝까지 뜨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였다. 할머니, 엄마, 아빠, 나, 동생 둘. 이렇게 여섯 식구였기에 삼겹살과 목살을 각각 두 근 정도는 사 왔다. 전기그릴 온도를 중간쯤으로 올리고 고기를 올린다. ‘치익’ 소리가 나면 게임이 시작된다.
고기와 함께 먹을 반찬으로는 파절임이 필수다. 대파를 얇게 썰어 설탕, 고춧가루, 식초, 참기름, 통깨를 넣고 슥슥 무친다. 여기에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쌈채소까지 곁들이며, 괜히 무기질도 보충해 본다.
고기는 왜 이렇게 맛있는지.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이 떨어지는 삼겹살을 참기름장에 콕 찍어 파절임과 함께 먹는데, 정말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특히 그 나이대는 소위 말하는 전봇대도 씹어 먹을 나이였기 때문이었을까. 다른 가족들이 모두 수저를 내려놓은 뒤에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그래서 K-디저트를 제조했다. 볶음밥이다. 남은 고기를 조금 더 구워 잘게 자르고 밥, 참기름, 파절임, 남은 상추를 잘게 찢어 넣어 비비듯이 볶는다. 나를 보던 가족들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다. 아직도 배가 안 차?”
“응. 근데 밥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렇게나 먹어도 살이 찌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저녁 식탁에 꼭 고기반찬이 올라간다. 남편은 소불고기, 제육볶음, 아롱사태찜 같은 고기 요리를 모두 좋아한다. 고기를 안 주면 서운해할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예전만큼 많이 먹을 수 없다. 저녁밥을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소화 잘되던 시절에 고기를 많이 먹어 놓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