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술학원

미움과 좌절은 아이로부터 오지 않는다

은혜로 육아하는 방법

by 오아팸

은혜는 내가 받을 수 없지만 받은 것이라 한다. 이 은혜를 받으면 없던 아량도 생긴다. 하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받을 수 없는 걸 받았으니 뭐든 용서가 가능하다.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나 혼자도 힘든데...” 다 남 얘기 같았는데 아내의 은혜?로 결혼하고 보니 정말 아량이 생겼다. 어쩜 새치기하는 아줌마에게 “네네 끼어드세요!” 한다. 사람이 변했다. 은혜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생각보다 짧아 그날그날의 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은혜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육아에도 은혜가 필요하다.

세상 모든 아기는 그 자체가 은혜이며 선물이다. 나와 아내는 받을 수 없는 생명을 선물로 받았다. 의학의 힘으로 수정은 시켜도 성장은 아이의 몫이란 사실을 인공수정은 알게 했다. “정말 아이는 누가 어쩔 수 없는 거구나...”

아이는 우리의 어떤 노력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그저 와준 건지도 모른다. 산후조리원 선생님은 능숙하게 모유 수유와 기저귀 갈기, 트림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며 “지오야!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하곤 했는데 꼭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다. 어색해하지 말고 다가와 이말 저말 해보라는 선생님에게 등 떠밀려 입을 때본다. “지오야!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그런데 태어난 선물이 가끔 미워지고 좌절을 주는데 이것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정성으로 육수 내고 이유식 만들어 가져가도 아이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는다. 열려라 참깨는 다 거짓말이었다! 고개 돌리고 뱉어내는 과정을 매일 겪으면 이제 밥 시간이 두려워진다.

잦은 거절감을 체험하면 사람을 실패감과 좌절감로 이끈다. (그러면서 감정노동자에게 못되게 말했던 내 자신을 돌아본다.) 수면에 좋다는 베개와 이불, 코밑에 바르는 수면 크림, 음악, 조명, 가습기를 총동원해도 안자고 아니면 자다 깨서 울어대면 “왜 풀 잠을 못 자는 거야?!” 하며 “선물 괜히 받았나?” 하는 후회가 몰려왔던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 미움과 좌절은 아이로부터 오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정성 들여 만든 건데 왜 안 먹지?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못 자지?” 하며 바로 내 안에서 시작된 불평불만일 뿐이다. 신속한 숟가락질로 지오에게 밥은 떠먹여 줄 순 있어도 씹고 넘기는 건 오직 지오만이 할 수 있다. 완벽한 잠자리는 만들어 줄 수 있어도 결국 잠드는 건 지오 몫이다. 지오를 위한 모든 육아 활동엔 은혜가 필요하다. 받을 수 없는 것을 받았을 때 느꼈던 감격이 필요하다. 지오를 통해 은혜를 느끼지만 사실 주변 사람이 베푼 은혜가 없다면 육아는 불가능하다. 늘 밝은 아내가 주는 은혜와 부모님의 은혜가 육아를 가능케 한다. 또 어린이집 선생님과 병원 소아과 선생님, 마트 아주머니와 경비원 아저씨 그리고 밤마다 울어대는 지오를 참아주는 옆집의 은혜가 없다면 육아는 불가능하다. 날마다 전쟁이지만 그래도 이런 은혜가 있으면 육아도 할만하다. 그래! 육아는 은혜로 하는 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육아하는 당신이 잊으면 안 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