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보고 왔음
겨울, 언젠가부터 겨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모진 추위보다 가슴속 까지 시원한 시베리아 기단의 내음과 차가움이 좋다. 사실, 겨울이 정말 싫었다. 엄마는 뚝하면 나 보고 연탄을 갈아야 한다며 채근했다. 거의 4시간에 한 번씩 또는 8시간 주기로 연탄불이 꺼지지 않도록 돌봐야 했다. 세월이 조금 흘러 연탄에서 가정용 등유로 옮겨 가서도 별 다를 건 없었다. 보일러실 그 큰 기름통을 한 번에 다 채우기에 지출할 돈이 우리 집에는 없었다. 기름보일러 기름을 거의 2주 단위로 하얀 석유통 두통에 담아 비탈길을 내려와 다시 올라야 했다. 그때도 주문하면 기름차가 와 기름통을 채워 주긴 했지만 비쌌다. 무거운 기름통을 나르는 것도 싫었지만 그 모습을 누군가 볼까 봐 더 가슴을 졸였다. 그렇다고 엄마가 아동학대 수준으로 나를 부려 먹었다곤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원했기 때문이다. 엄마를 돕고 싶은 마음과 혼자 겪었던 삶의 고됨이 주로 겨울 동안의 내 모습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겨울이 좋아졌다. 아니 겨울이 싫었던 적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느끼기에 나에게 겨울은 최적화된 계절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내 어린 시절 추억?를 끄집어냈다. 종종 어떤 영화는 내 모든 센서?를 작동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를 둘러싼 상황과 맞아떨어지면 더욱 그렇다. 이쯤 되면 감정이입의 문이 활짝 열린다. 겨울왕국 1에서 안나가 부른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은 내 눈물샘을 열기에 충분했다.
겨울왕국 2를 보기 몇 시간 전 영화감독, 작곡자와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는데 그 유튜버도(버블디아) 인상 깊었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참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이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 하나하나가 영화에 잘 물들어 있었다. 전작과 비교해 지루하다 느낄 수 있지만 캐릭터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겨울왕국 중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Do the next right thing’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앞으로 나가는 것이고 그 시작은 이제 한발 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