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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쓰는 자소서 이야기 2

마법 자소서는 없다!

by 오아팸

물론 자소서는 논문이 아니다! 그러나 논문 같은 치밀한 구조와 목적 아래 작성된 자소서는 읽는이(면접관)로 하여금 “이 사람 꼭 뽑아야 돼!” 하는 확신을 줄 수도 있다(란 생각으로 자소서를 쓰는 게 아닌가?!). 이것이 자소서의 목적이며 자소서를 쓰는 자의 의도이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한번 읽었을 뿐인데도 합격(취업)을 부르는 마법 자소서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애석하게도 그런 자소서는 없다! 다만, 편집(쓰는 기술)을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편집으로..?!

편집 : 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신문, 잡지, 책 따위를 만드는 일. 또는 영화 필름이나 녹음테이프, 문서 따위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일.

어떻게 보면 처음 써보는 자서전인 자소서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자서전은 남이 해준 이야기,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적는 곳이 아니라 오롯이 자기 이야기를 새겨 넣어야 하며 우린 이런 글에 감동받는다.

자소서를 쓰려면 먼저 (모든 꾸밈을 버린) 순수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고 가장 자기다워져야 한다.

사람은 자기 다울 때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자소서는 그 가진 매력을 글로 발산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각자는 비교 불가한 하나의 작품이라서 가장 빛나고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가장 자기다울 때뿐이다! 또 온전히 순전한 자신으로 설 때에만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이 뭐 이래?!”하는 자존감 일도 없는 생각의 주된 원인은 바로 다른 작품(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인데 사실 비교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김홍도와 김수근의 작품을 비교하여 우위를 평가할 수 없듯이) 작품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있는 그대로 가치 있고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것을 인식! 인정! 하지 못하면 인생이 괴롭다.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과 부모님은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사랑하며 작품으로 키웠다. 자소서 쓸 생각에 머리에 쥐 나고 인상 쓰고 괴로운 생각부터 든다면 먼저 자신이 하나의 작품이란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매력적인 자세를 잡았다면 이제 뭔가를 쓸 수 있다.

’ 시작을 어떻게 하지?..’ 막막하지만 평범한 일상과 인생에도 에피소드는 존재하며 사실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자체가 기적의 에피소드다. 힘 빼고 물 흐르 듯 주욱 적으면 된다.


쓰고 싶은걸 다 적었으면 이제 편집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편집엔 일정한 방침과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자소서에 “00 같다”란 표현 대신 “00이다”라 적을지, 예를 들 땐 구체적으로 적되 직무연관성과 병원에서 좋아할 표현인가도 고려하며 자신만의 방향을 잡아본다. 그리고 관련된 단어, 이야기, 인사이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린킨파크..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리드보컬 오디션 참가 소식에 대기 중이던 많은 지원자가 떠났을 만큼 린킨파크에서 체스터 베닝턴의 목소리는 음악 그 자체였다. 하지만 편집(편곡)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겨울 군대.. 아침 영하의 날씨에도 어김없이 도수체조를 대충 끝내고 연병장을 뛰는데 쩌렁쩌렁 울려대던 군가 대신 린킨파크의 ‘Somewhere I Belong’이 흘러나오자.. 순간 자유인? 이 되어 햇살 가득한 한강변을 따라 조깅하는 것 같았다.

’어! 뭐지..? 정훈병이 미쳤나?‘
알고 보니 본부 정훈병인 동기가 ’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마냥.. 틀어봤다고.. 그래서인지 이 음악만 들으면 처음으로 즐거이? 연병장 뛰던 게 생각난다.

’Somewhere I Belong‘은 편집만 50번 이상을 거친 곡이다. 힙합과 락의 결합? 암튼.. 신비한 조합의 그루브는 천재성만으로 해결될 문젠 아니었다. 명곡의 탄생엔 질 좋은 편집(편곡)이 더해져야 한다. “겨우 50번?.. “이라 할 수 있지만.. 나는 일반인의 50번과 천재의 50번에서 느껴지는 양과 질의 차이를 가늠조차 못하겠다.

편집의 힘은 길에 서 있는 읽는이가 계속 가 볼만 길인지.. 주변 풍경은 봐줄 만한지 고민하고 망설일 때 ’계속 걸어도 괜찮겠군..‘ 하는 확신을 준다.

한 가지.. 편집에서 중요한 기준이 있는데 반발짝만 앞서며 길을 걷도록 유지해야 한다.

’ 반발짝‘ 글쓴이가 너무 앞서 가는 바람에 읽는이가 가던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오류와 지나친 생소함이 괜한 거부감을 불러오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바로 읽는이를 위한 배려라 할 수 있다.

편집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젠 자소서를 프로듀싱해야 한다. 작은 자서전인 자소서 전체를 한눈에 보고 ’ 제작‘이란 걸 해야 하는데 이를 도울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바로 움베르트 에코의 ’ 논문 잘 쓰는 방법‘ 이란 책이다.

’ 앞서 자소서는 논문이 아니라 했으면서 ’ 논문 잘 쓰는 방법’을 추천하다니..‘

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의 말을 빌리면..
”.. 에코는 이 책을 통해 공부하는 법, 글을 쓰는 기술, 정리된 사고를 하는 법 등의 중요한 노하우들을 공개함으로써 단순한 원고 작성법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하게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논문 작성법 강의를 넘어서, 여러 학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적인 학자들에게도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논문을 제대로 작성한다는 것은 굳이 학문의 길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여러 의미들을 갖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논문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시골 도서관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참고 문헌 목록을 작성하는 실험을 해 보이기까지 한다.. “

내 마법 자소서를 한번 읽고 합격시켜줄 면접관은 없다!
삶의 작은 부분.. 자소서 같은 것에 이전에 없던 노력을 기울이고 다시 촘촘히 빽빽이 한자 한자 적어보려는 시작 자체가 나에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일이 되어야 한다.


지금.. 자소서를 작성하는 나에게 필요한 건 채워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좌절이 아니라 내게 있는 것과 앞으로 채워질 것들 대한 기대와 흥분이다.
그럼 똘기 충만한 자신감과 자존감 위에서 다시 한번 정직한 내가 되어 무엇이든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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