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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ja Jun 21. 2021

1. Forever or a Day

by sarah jacoby

눈을 뜨니 지금이다.

꿈을 꾼 듯하다. 시간은 너무나 명확하게 내 삶을 관통하고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느새 나는 세월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고 이렇게 여기까지 떠밀려 왔다. 정목 스님이 그랬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고. 우리가 보기엔 느려도 우주가 정한 자신의 시간에 결코 늦는 법이 없다고 했다. 우주에서 우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나름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사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살아내고 있다.    


한때 시간이 무한하고 너무 느리다고 느껴져 사라지거나 아니면 잠을 자고 싶었다. 순간이 너무 행복하여서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따위는 먹어본 적이 없다. 시간이 소중한지 몰랐기에 하루하루 지나간 내 삶의 궤적이 아깝지 않았다. 흘려보내면 또 다른 일분일초가 올 테고, 계속해서 흘려보내다 체로 밭쳐 걸러진다면 걸러진 채로 남겨두었다. 걸러진 건 시간이 아니라 추억이겠지만. 시간이 빠져나가고 추억이 체 한가득 쌓여도 비우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시간. 한 번도 그 시간을, 시간의 찌꺼기를 아까워한 적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흐를 테고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또 추억이 쌓일 테니 아까워할 이유도 슬퍼할 이유도 없었다. 그때는 시간이 그저 느리기만 했다.     


시간은 느리기만 한 게 아니라 잔인하게 빠르기도 했다. 인생의 해답을 알려주지 않고 제멋대로 흘러가 버렸다. 내 삶에 의문이 들 때마다 답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답을 위한 첫 줄 공식을 쓰기도 전에 시험지를 뺏어가듯 시간은 한 번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를 넉넉히 품고 여유롭게 바라보지도 않았다.     


지금 시간은 제트기 같다. 하루가 24시간 맞아?     

시간은 내 마음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간을 거슬러 돌아보면 걸어가고픈 길을 걷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방황했고 정신과 몸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오래 하지 못했다.  

   

지금은 또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도 머뭇거린다. 뭔가가 자꾸만 내 뒷덜미를 잡아챈다. 네까짓 게 그런 일을 할 수나 있겠냐며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묘한 심리전은 또 뭔지. 시간을 그저 흘리고만 있다.


영원을 찰나같이 살 수도 있고 찰나를 영원같이 살 수도 있다. 영원은 찰나다.

청춘이 아름답지 않았기에 중년만큼은 아름답고 싶다.



The more you try to hold it, the better it hides.

잡으려고 애쓸수록, 더 잘 숨지. 


the 비교급+주어 1+동사 1, the 비교급+주어 2+동사 2

'주어 1'이 '동사 1' 할수록 '주어 2'가 '동사 2'해.


the more, the better.

많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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