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VI PINFOLD)
오래전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나는 평생 블랙 독과 살았다.”
나에게도 블랙 독의 방문은 그리 낯설지 않다.
나는 그야말로 ‘본 투 비 우울’인데 아마도 유전이지 않을까 싶다. 단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던 블랙 독이 이 짓, 저 짓, 별짓으로 애를 쓴 덕에 며칠에 한 번 찾아온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거기다 더 고마운 일은 블랙 독이 나 혼자 있을 때 온다. 다행히 가족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사실 이것도 별짓으로 애를 쓴 덕분이다.
이번 주 나는 월요일 온종일과 화요일 오전까지 블랙 독과 함께 침대와 이불을 동굴 삼아 숨어 있었는데, 이유는 참 사소하다. 내가 참으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쓸모없다는 느낌은 또 어디서 왔냐면, 집안일이라는 완벽의 끝판왕이 아니면 티도 안 나는, 무한 반복의 노동이 나에게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특히 지난주에는 더욱.
요리는 나의 최고 아킬레스건이다. 물론 청소, 정리, 빨래, 육아, 소비 등 하나도 내세울 것 없지만 특히 요리는 못하고 싫고 짜증 난다. 쌀가루인지 밀가루 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던 새댁은 결혼 24년 만에 처음으로 밀가루 반죽을 직접 해 수제비를 해 먹었다. 콩나물과 숙주를 잘 구별 못 해 숙주 국을 끓이기도 했고 쑥과 냉이는 아직도 헷갈린다. 취나물이든 참나물이든 고춧잎이든 나한테는 다 그저 녹색 잎 나물이다. 더덕과 도라지는 먹어봐도 구별이 안 된다. 심지어 짠지 싱거운지 감도 없고 기준도 모른다. 요리는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 체질도 아니다.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타고나야 한다. 집안일이 다 그렇다.
노력으로 안 되는 일도 있는 건데, 사실 노력도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자꾸 우울해진다. 주말을 보내고 나면, 아내로서 주부로서 꽝이었다는 생각과 남편의 말 몇 마디를 가슴에 새긴 채 블랙 독과 한 몸이 된다. 난 월요일은 쉬어야 해, 라는 말도 안 되는 개그본능과 태생적 우울함에 몸을 맡기고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 어둠이 거실 바닥으로 깔리면, 하루를 엉망으로 보냈다는 죄책감으로 또 블랙 독을 안고 침대로 기어들어 간다.
블랙 독이 ‘빅 제피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는)’만큼 커질 때까지 이불 안에서 성 역할과 나의 정체성과 인간의 본성과 결혼제도의 모순과 기타 등등을 잘근잘근 씹어대다 보면 두려움인지 우울인지 모르는, 자갈 걷듯 절거덕거리던 마음이 우리 집 반려견만큼 작아진다. 그럼 그제야 이불 밖으로 나와 거실도 좀 정리하고 욕실도 한 번 닦고 싱크대 안에 널브려놓았던 컵들도 설거지하고, 이번 주말에는 진미채와 감자볶음을 해봐야겠다, 는 중대한 결심도 한다. 나름, 블랙 독의 실체를 파악하고 직면하고 견디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또 나를 못살게 구는 블랙 독은 죄, 책, 감. 외적 환경에 떠밀려 나의 내적 갈등은 배부른 소리가 된다. 나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편히 살면서 그것도 못 한다고 징징대는 거 너무 하지 않나?’라는 죄책감에 또 이불속으로. 하…. 블랙 독을 껴안을 이유는 많고도 많구나!
블랙 독과 싸워서 이기는 삶이 아니라, 함께 껴안고 살아가는 삶의 묘미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There was nothing to be scared of, you know,” replied Small Hope as she went to sit by the fire.
“잘 알잖아,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이렇게 대답하며 꼬맹이 호프는 난롯가로 가서 앉았습니다.
* There is / Ther are
~ 가 있다.
여기서 there은 의미 없는 유도 부사
“There was nothing to be scared of, you know,”
was → is의 과거형
nothing → ‘아무것도 (단 하나도) ’라는 부정 의미
nothing to → ~할 게 아무것도 없다.
be scared of → ~을 두려워하다
① There is + 단수 명사 / 셀 수 없는 명사
There is a desk in my room.
There is some juice in the glass.
② There are + 복수 명사
There are books on the desk.
③ 명사 여러 개가 나열될 때 be 동사는 뒤에 나오는 명사와 수 일치 (바로 뒤에 나오는 명사가 단수 명사이면 is, 복수 명사이면 are)
There is a book and two pencils on the desk.
→ a book 단수명사이므로 is
There are two pencils and a book on the desk.
→ two pencils 복수명사이므로 are
There is a book and a pencil on the desk.
→ a book 단수명사이므로 is
(하지만, is 대신 are를 쓰기도 하는데 사전과 원어민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