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망한다 가지지 못한 것을
물론, 과학자라는 꿈을 언제부터 가졌던 것인지 기억한다.
초등학생 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카이스트에 갔을 때. 엄마 아빠에게서 떨어져 있던 적이 처음인지라 사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캠프 티셔츠 유니폼이 뻣뻣했다. 참고로 난 뻣뻣한 옷을 싫어했다. 그렇게 존재하는 듯 아닌 듯 애매모호하게 강의실에 앉아 있을 무렵, 강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길고 많은 문장 속에서, 숨이 탁 막히는 정보를 찾았다.
사람을 돕는 로봇.
어떤 이유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강연이 끝날 때까지, 강연이 끝나고 나서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숨이 차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박자가 더 쪼개지고, 호흡이 요동친다. 심박수가 느껴졌다.
그 이후로는 단순했다. 나는 로봇공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로봇공학자라고 답했고, 어느 대학에 가고 싶냐고 물으면 기계공학과 - 정확히 말해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라고 말했다. 사실 꽤 좋은 선택이었다. 유망한 직종, 생활기록부를 적기에 유리한 주제, 선생님들께 잘 알려질 수 있는 목표. 하지만 단점은 명확했다. 내가 생각하는 '로봇공학'은 나와 달랐다.
나는 보통 생물을 잘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수학은 영 아닌 것 같으면서도 머리 가는 대로 밀어붙인다. 글을 잘 쓰고, 문법을 몰라도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은, 공학과는 멀리 있었다. 기계는 심장이 뛰지도, 사람의 말을 하지도 않는다. 내가 모르는 언어가 있다. 모르면 말을 할 수 없다. 밀어붙여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솔직히, 부러웠다.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부러웠다. 그럼에도 내가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해도 안 되는 상황이 싫었고, 자존감은 계속 낮아졌다. 수학이나 물리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였다. 매번의 모의고사마다, 내가 과연 고등학교를 갈 수 있는지 의심이 된다. 육각형은커녕, 일직선이 그어진다.
오죽했으면 거의 매일 소원을 빌었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한 가지만이라도 가지게 해 주세요'
내가 바라는 것을 향해 달린다. 매일 학원을 가고, 매일 문제를 푼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다. 심장은 요동치지 않는다. 그 상태로 계속, 정해진 끝이 보일 때까지 계속 달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소원은 내가 고등학교에 갈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괜히 아무 신에게나 불평한다. 더 힘들어질 건데, 이제 난 어떡해야 하냐고.
고등학교 생활은 더 단순했다. 더 깊은 공부를 하는 것. 매일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 분명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은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한 번 삐끗하면 크게 문제가 생길 것인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러워하기를 그만두었다. 어떤 무엇도 지금의 나를 도와줄 수 없으니, 그냥 내 마음대로 가는 거라고. 어디 하나 나사가 빠져 있어도, 그냥 나사 없이 태어났어도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쉽고 행복했다.
속에서는 그렇게 생각해도, 어지간히 불안했나 보다. 어정쩡한 성적을 보완하려고 다양한 대안을 찾았다. 올림피아드도 그중 하나였다.
사실 올림피아드가 그리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이 받고 싶었고, 장학금 점수를 따려면 대외활동이 필요했다. 팀플에는 그리 뛰어나지 않아, 개인 활동인 올림피아드를 선택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올림피아드도 내신처럼 공부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외우고, 이해하고, 읽고. 외우고, 이해하고, 읽고. 그냥 반복했다. 계속, 다 되었다 싶을 때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되었다 싶을 때는 아마 오지 않았었을 것이다.
어떤 대회를 나갔다. 사실 대회를 같이 나가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남들이 말하는 것보다 내가 공부를 안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그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는 않았다. 몇 년 치 상위 대회 기출과 이름 모를 전공책을 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매우 멀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나 혼자 공부를 했다. 필기시험 전날까지 임시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거기서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다. 어차피 내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가지지 못할 것이라도, 여기서 더 발버둥을 쳐야 속이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 다시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겠지.
시험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전날 용어를 중심으로 공부했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다 풀었는데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검토를 한다. 몇 바퀴고 다시 돌려 검토한다. 시간이 다 해 갈 즈음,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다. 심장이 뛴다. 천천히, 더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어. 아니, 꽤 괜찮았을지도? 그냥 이 실낱같은 희망을 조금 더 가지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이건 내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상을 탔다. 나도 내가 상을 탈 줄은 몰랐다. 국가대표가 되었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뭔가를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도 성에 차지 않는다. 내 심장이 뛰었던 때는 그저 미친 듯이 문제를 풀 때뿐이었다. 다 끝나고 난 후 시험장 밖으로 나왔을 때, '내가 이걸 하려고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무엇을 하던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온다. 그 해방감이, 말 못 할 감정이, 클라이맥스를 찍는 기분이, 다시 내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심박수가 시키는 대로 간다. 이제는 이전과 꽤 달라졌다. 지금의 내가 원하는 대로, 미래의 나를 만든다. 실없는 꿈일 수도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전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것이라도 덕지덕지 덧붙인다.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과학을 하고 싶다고. 그럼에도, 지금도 사람을 지키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과거의 내 심장과 지금의 심장은 다르지 않다. 같이, 또 다르게 뛰고 있다. 지금은 그저 내 리듬에 맞게, 가쁘게 뛰고 있을 뿐이다.
심박수가 저 너머를 가리키고 있다 - 나의 심박수가, 내가, 내 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