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는 꽤 오랫동안 자기 기억이 맞는지 자신이 없었어. 곧잘 몽상에 빠져 멍하니 있거나 현실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안 가서 혼나는 일이 수차례라 이것도 상상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구분이 안 갈 때는 물어보면 안돼. 어른들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머리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럴 땐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최고니까.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한밤중이었던 건 기억나. 깜깜한 밤에 용달차에 이불장이랑 옷가지를 꽁꽁 동여맸어. 하늘이는 사실 이사가 어렵지 않아. 중학교 때까지 1년에 한 번 꼴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어떤 때는 몇 개월 만에 짐을 쌌던 날도 있었거든. 그래서 아주 어린아이 때부터 짐을 싸고 싣고 차를 타고 멀리 가서 새로운 방에 부리는 일이 낯설지는 않은데 그렇게 깜깜한 밤에 이사를 했던 건 처음이었어. 유치원도 다니기 전이라 무어라고 꼭 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졸리다고 칭얼거려서도 안된다는 건 알았어. 젊고 예쁜 엄마가 조용히 흐느끼는 모습은 하늘이의 작은 마음을 아프게 눌렀어. 그건 한 겨울의 솜이불보다 더 무겁고 꽉 조이는 느낌이었지만 언제나처럼 하늘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보이도록 충실하게 앉아있었지. 엄마의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곁눈으로 살짝살짝 훔쳐보면서 깜깜한 밤에 한참을 차에서 흔들리던 하늘이는 까무룩 잠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