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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Aug 02. 2023

학교 밖 청소년, 내 삶을 내가 결정한 것뿐



학교 밖 청소년은 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을까?

세 명의 청소년에겐, 서로 다른 세 가지 다양한 삶이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청소년이 학교 안에 있다는 것을 기본값으로 두고 만들어진 말이다. 문제는 학교 '안'과 '밖'이라는 단어 하나로 달라지는 '시선'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이어지는 레일 위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른들이 쉽게 문제라고 치부하는 예외 상황을 만들어낸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공주시에서는 검정고시 준비부터 자원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연계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공주시 꿈드림 세 명의 청소년. 왼쪽부터 이수왕(20), 정시아(18), 윤선아(19)

자퇴는 왜 결심했을까?

학교가 안 맞는다는 한 단어로 설명이 될까?

세 가지 이유가 세 가지 다른 시작을 가져오다.


이수왕 저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어요. 고등학교에 가니 공부는 더 넓고 깊어졌는데 한 번 놓친 걸 따라잡는 게 점점 더 버겁더라고요. 저는 혼자 고민해 보고 부모님을 직접 설득했어요. 아버지는 지지해 주셨고, 어머니도 처음엔 걱정하셨지만 제가 스스로 계획을 세운 걸 보고 이해해 주셨어요.

정시아 저는 모범생이었어요. 처음엔 친구들이 제가 자퇴를 한다는데 많이 놀랐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저는 제 몸과 마음을 깎아가면서 학교 생활을 했어요. 어느 날 기숙사에서 새벽에 공부하다가 너무 아파서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했어요. 너무 아프다고, 자퇴시켜 달라고. 엄마는 놀라서 달려오긴 하셨지만 달랠 생각이셨을 텐데 제 얼굴을 보시곤 두 말없이 집에 데려와 주셨어요.

윤선아 저는 중학교 때 사춘기를 심하게 앓으면서 상담을 많이 받았어요. 오히려 부모님이 상담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제게 자퇴를 권하셨어요. 처음엔 집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혼자 공부해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고등학교는 아얘 진학을 안 했고요.



자퇴하고 나면 검정고시만 보나?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이수왕 처음엔 '꿈드림' 같은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저도 제가 자퇴를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래서 계획을 더 열심히 세웠어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꿈드림 통해서 공부하고, 게임 프로그램 쪽으로도 해보다가 스마트 스토어 같은 네이버 알고리즘까지 관심분야가 넓어졌어요. 직접 해보는 건 시드머니가 필요한데 그건 군대 다녀와서 시도해봐야 할 거 같아요. 얼마 전에는 아버지 가게에서 물품 제고정리를 엑셀로 자동화시켜드리기도 했어요. 공부하면서 알게 된 컴퓨터 학원 대표님이 아르바이트도 연결해 주시고, 인생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간관계를 많이 공부해야 할 거 같아요.

정시아 저는 자퇴를 결심할 때 학교 위클래스에서 숙려기간 상담을 받았어요. 그때 추천받아서 꿈드림으로 바로 왔고 검정고시도 다음 해 합격했어요. 하지만 친구들이랑 같은 나이에 대학을 가고 싶어서 지금은 꿈드림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도 해요. 한국사 동아리를 해보니까 선생님들이 왜 역사에 인생의 진리가 있다고 하시는지 알 거 같아요.

윤선아 전 처음엔 꿈드림 지원도 거부했어요. 그래도 계속 연락 주시고 청소년참여위원회도 추천해 주셔서 나와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꿈드림에서 대학 컨설팅도 받아서 지금은 호서대학교 동물보건복지학과 1학년에 다녀요. 처음엔 학교가 머니까 자취도 해봤는데 오히려 나태해지고 자꾸 놀고 싶어 져서 지금은 집으로 스스로 돌아왔어요.



자퇴하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누군가 자퇴를 한다고 하면 추천해 줄 수 있을까?


이수왕 충동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꼭 계획을 스스로 잘 세워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는 확실히 제가 제도권 안의 친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시아 저는 말을 아낄 거예요. 저한테 상담한 사람은 저를 보고 영향을 받았겠죠. 이야기는 잘 들어주겠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선택한다는 건 어려운 거예요. 저는 제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엔 제가 약해서 포기한 건 아닐까 의심도 했어요. 후회는 안 해요.

윤선아 학교 다닐 때 저는 주도적인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나오니까 제가 다 해야 해서 대학교도 스스로 찾아다녔어요. 지금 입시하는 친구들에게 그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요. 만약 학교를 나오려고 한다면 장단점을 다 솔직히 얘기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학교 다니는 청소년들도 개개인마다 다 고민의 싹이 다르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청소년기니까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지만 그저 각자의 인생을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해요.


세 명 모두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생각하고 단어를 고르는 모습에서 신중함이 느껴졌다. 자신의 결정을 자기가 책임져본 어른만이 보일 수 있는 책임감. 진지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클라이밍을 해보겠다며 기대하는 이수왕, 가장 막내면서 어른스러웠던 정시아, 힘들었던 만큼 주변에 더 큰 사랑을 나누고 있는 윤선아 친구까지 세 명의 다른 이야기가 앞으로 얼마나 풍성한 삶을 만들지 기대가 된다.




2022년 12월 30일 인터뷰 (충청인사이트 정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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