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이 있데요."
"문예회관에서요?"
"아니요. 유구시장에 가면 바드카페챔버홀이라고 있는데 거기에서요."
"유구요? 시장이요? 진짜요?"
열 명 중의 아홉 명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대도시도 아니고, 조그만 읍에서 그것도 전통시장 한켠에 있는 작은 카페라고 하면 대부분 눈이 동그래진다. 이쯤 되면 말 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해도 속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한다.
"카페 사장님이 취미로 악기 좀 하나 보네."
바드카페챔버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일반 카페에서 열리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공연을 위한 울림까지 꼼꼼히 설계하고 그랜드 피아노까지 구비해 놓은 공간에서 공연이 없을 때 카페를 운영한다. 한 마디로 공연하기 위해 카페의 형식을 빌린 공간이다.
공연을 이끄는 조연호 씨는 서울 아츠 필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다. 헝가리 리스트국립음악원에서 유학하는 동안 가족들은 아내의 친정이 있는 유구에서 지냈다. 유학길에서 돌아온 조 지휘자는 유구라는 작은 읍이 주는 편안함과 아이들에게 주는 자연 친화적이고 정서적인 환경이 좋아서 그대로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유구에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데 내가 마을에 돌려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조 지휘자는 자신이 평생 공부한 클래식을 떠올렸다. 시골 마을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도 다양한 클래식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구시장의 창고 하나를 임대해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6번의 공연을 열면서 거의 모든 공연에 어린이들을 위한 좌석을 항상 마련하고 초대하는 이유다. 크리스마스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캐럴 공연을 열기도 했다.
'한 여름밤의 서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공연은 정호승 첼리스트와 조영훈 피아니스트가 유구에서 함께 한 세 번째 만남이다. 정호승 첼리스트는 헝가리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수석 단원으로 동양인으로는 최초의 정식 단원이고, 조영훈 피아니스트는 아즈앙상블 단원이면서 리스트협회의 총무를 맡고 있다. 정호승 첼리스트는 조연호 지휘자와 조영훈 피아니스트를 유학 시절에 만난 소울메이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쇼팽과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슈베르트, 생상, 리스트 등 서정적이고 대중에게 친근한 곡을 위주로 90분간 이어졌다. 1부와 2부 사이에서는 막간을 이용한 토크콘서트를 열어 연주자들이 곡을 선택한 이유, 헝가리에서의 유학 생활, 이번 여름에 추천하고 싶은 곡 등을 이야기하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챔버홀의 창문을 통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서로를 반갑게 부르는 가족들이 단골 식당 앞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모이는 모습이 비치며 시민들의 삶 속에서 음악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선사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 공연이 입소문을 타며 멀리 타지에서까지 찾아오는 관객이 점점 느는 이유다.
조 지휘자는 "벌써 여섯 번째 공연을 여는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 더 자주 더욱 다양한 레퍼토리로 좀 더 친절하고 친근한 공연을 만들어서 세계적으로도 시민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공연으로 알려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관객 A 씨는 "공연마다 감동적이었고, 이런 공연이 열리는 유구가 자랑스럽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명품 공연으로 꾸준히 세상을 넓혀주는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전했다.
2023년 7월 28일 충청인사이트 정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