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스막골 Aug 07. 2023

서울예대 학생들이 본 공주시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예술대학교 대학생들로 구성된 로컬컬처메이커스단이 공주시를 찾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주관하는 <2023 로컬콘텐츠중점대학 사업>은 올해 최초로 모집되었으며, 지역기반의 청년 예비창업가를 공동 육성하면서 지역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중에서 서울예술대학교 학생 4명이 공주시에서 한 달 동안 지역살이를 하며 퍼즐랩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이 학생들은 공주시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경험했을까? 거꾸로 그들에게 공주시가 배울 것은 없을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른 도시도 선택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왜 공주시를 선택하셨나요?

편안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각자 예술경영, 사진, 광고창작 등 전공이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지만 공주를 선택한 이유는 비슷했습니다. 대기업에서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밀어주는 느낌의 다른 도시보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같이 키워나간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같은 학교라고는 해도 우리는 각자 도시를 선택했고 여기서 처음 만나 한 팀이 되었습니다. 


공주에 와보니 이미지랑 같았나요?

공주시는 무언가 나지막하고 경치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였습니다. 특히 한옥도 흔히 생각하는 옛날식 한옥보다 8,90년대에 일반 시민들이 살았을 거 같은 일상 속에 한옥이 섞여있는 모습도 인상 깊었고요. 그리고 '마을 호텔'이라고 하는 키워드가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회사가 운영하는 그런 로컬의 모습을 가진 도시들이 많은데 여긴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실습기간 동안 어떤 일을 했나요?

'콘텐츠 팀', '마을스테이 팀' 이렇게 둘 씩 팀을 나눴습니다. '콘텐츠 팀'은 영상 촬영과 제품 사진 촬영을 했고, '마을스테이팀'은 마을 투어 콘텐츠 기획 및 행사 지원 업무를 했습니다. 영상팀은 제민천 마을 안에 있는 공간들을 모아서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했고, 다른 팀은 단순히 제품을 잘 찍는 것만이 아니라 제민천 안의 이 공간들만이 가진 분위기를 함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마음에 남은 공간이 있나요?

곡물집은 요리된 결과물이 아니라 곡물 자체에서도 이렇게 큰 매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공간이었고, 가가책방 같은 경우는 단순히 책이 좀 있는 공간일 줄 알았는데 다른 방문객들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위로받는 느낌이었어요. 비 오는 날 한옥 게스트 하우스인 봉황재에서 꼭 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비가 그쳐서 정말 아쉬웠어요. 


지역에서는 큰 돈을 들여서라도 빨리 '힙'하게 개발도 하고 홍보도 빵빵하게 해 줘야 청년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청년 본인의 입장에서는 어떠신가요?

사실 저희도 학교를 다니면서 공모사업을 나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공모사업 같은 경우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신청 기간도 짧으면 일주일 길어봐야 한 달 밖에 안되니까 정말 단기간에 파파파팍 할 수 있는 걸로 기획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기획서를 쓰고 업무를 하는 방식에 오히려 염증을 느꼈어요. 제 눈으로 천천히 보고 관찰하고 발견할 시간이 가지고 기획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공주는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나요?

심심해요. 심심한데 서울이랑 다른 의미로 심심해요. 서울에서는 '할 건 많은데 질려서 그만할래. 그런데 심심하네. 또 다른 거 없나'라는 느낌이라면 여기선 평화로운 심심함! 점심을 먹으려고 해도 서울에 비하면 선택권은 적어요. 그런데 또 막상 가서 문이 닫힌 경우도 많고 일상이 계획대로 잘 안 흘러가는데 이게 또 익숙해지고 스스로도 너무 빡빡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문 연 식당을 만난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게다가 이렇게 중간에 쉬는 식당이 많은 거랑 같은 건지 제민천에 나가보면 부모님이랑 나온 아이들이 많아요. 도시에서는 부모님이 아직 직장에서 돌아오지 못했을 시간인데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보면 아이 키우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주시에서 산다면 어떤 점이 불편할까요?

대중교통이 제일 불편해요. 버스도 많지 않지만 도대체 언제 버스가 오는지 정보를 알 수가 없어요. 요즘은 어딜 가나 앱으로 실시간으로 버스 시간을 알 수 있는데 앱은커녕 전광판조차 잘 안 맞더라고요. 공주 사람들끼리만 비밀리에 정보를 공유하는 거 같아요.  

네 분이 다 창작을 하는 계통의 일을 하고 있는데 졸업 후에도 지역에서 사는 선택지가 가능할까요?

그건 저희도 생각이 조금 달라요. 요즘은 정보를 얻는 통로가 워낙 다양해서 충분히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고 지역에서 지금 도전하면서 쌓을 수 있는 레퍼런스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젊을 때 큰 도시에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있어요. 

한편으로는 특히 저희 같은 경우는 직장보다는 프로젝트 개념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습을 위해 만난 사람들 말고 일반 시민들하고도 만나보셨나요?

여기서 산 지 한 달 밖에 안 됐지만 이 동네의 루틴을 좀 알겠더라고요. 몇 시쯤 누가 산책을 나오는지도 알겠고 여긴 근방에 돌아다니는 강아지랑 고양이도 스케줄이 있는 거 같아요. 근처 식당이나 카페 사장님이 언제쯤 나오시는지도 알고. 우연히 들어간 갤러리나 책방에서도 사장님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다들 저희를 궁금해하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희도 용기 내 말을 걸어보면 친절하게 응해주시더라고요.

서울에서는 길에서 누가 말을 걸면 거리낌이 있고 손님들 줄이 긴데 사장님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기회 같은 건 없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서로 다 아는 동네 사람들 사이에 저희도 있으니까 안전한 거 같고 좀 여유 있어지는 거 같아요. 게임에서 NPC를 만난 거 같다고 할까요? 카페에 가면 밥 먹었냐고 물어보시고 안 먹었다고 하면 과일이나 빵을 내어주시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번 기회로 어떤 걸 배우셨나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삶을 보면서 더 다양한 가능성을 본 거 같아요. 심심한 시간들이 저희에게는 생각을 정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지역을 봤을 때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이렇게 공존하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저희가 온 안산만 해도 그런 갈등이 큰데 동네에서 저희를 자연스럽게 받아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걸 배웠어요. 


서울예대 학생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8월 중에 퍼즐랩 공식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주기적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 청년들의 눈에 비친 공주시의 매력은 무엇이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2023년 8월 7일 충청인사이트 정종순

매거진의 이전글 전통시장 한켠을 물들인 한 여름밤의 클래식 선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