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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Aug 02. 2023

김민지, 책이 공주에서의 삶의 시작이었어요

김민지 씨는 가정을 이루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공주가 고마운 인연이라고 말한다. 


편집자주 : 쇠락해 가던 원도심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공주시 제민천 주변 원도심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도시재생'을 하겠다고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각자가 제민천이 좋아서 하나 둘 책방을 열고 공방을 내고 커피를 내리고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민천의 문화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장소협조 : 공주시 최초의 독립서점 '가가책방'. 2호점인 '가가상점'에서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김민지 씨가 공주맘카페 영어동화 동호회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Q : 안녕하세요. 민지 씨. 그동안 알고 지낸 지는 꽤 됐지만 둘이서 마주 앉으니 새롭네요. 제민천 원도심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던 권오상(퍼즐랩), 서동민(가가책방), 이병성(다이얼팩토리) 대표들이 다들 서울에서 독서회를 통해 알고 지냈다는 게 놀라웠어요. 게다가 그 독서회를 민지 씨가 이끌었다는 이야기에 한 번 꼭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모셨습니다. 

김민지 :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로 이야기 나누게 되어 반가워요.

전남 광주에서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할 때는 한창 마음이 힘들던 시기에 아는 언니의 권유로 참여했어요. 나이로 서열을 따지지 않고 서로 존칭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처음 접했습니다. 무척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문화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 문화는 현재 공주 원도심에서도 적용돼요. 나이가 많든 어리든 이름 뒤에 ‘님’을 붙입니다. 

그런데 그 모임을 주도하셨던 분이 서울로 전근을 가고 저 역시 서울로 이동하면서 모임을 서울에서 하게 되었죠. 모임의 대표가 직업상 이동이 잦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나설 일이 많았어요. 성격상 지지부진 해지는 걸 못 보니 운영진도 하게 되었고요, 거기서 모두를 만났습니다. 


Q: 그럼 모두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김민지 : 모임을 광주에서 한 2년 정도 하다가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서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로 모임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가 한 8년 정도 전인데 한창 온라인 모임이 뜰 때잖아요. '독사모'라는 페이스북을 운영했는데 그때 병성님한테서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이 오면서 만나게 됐죠. 

오상님은 병형님하고 다른 모임으로 알고 계시다가 병성님을 통해 모임에 나오게 됐어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요. 서동민 씨 역시 제가 운영하는 토요모임의 멤버 중 한 사람이었답니다. 


Q :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 공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김민지 : 다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거기에 더해서 저는 이 사람들이 깨어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책에서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라고 권하잖아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기만 하지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데,  우린 이렇게 결국 공주라는 도시에 내려와서 각자 자기 분야에서 도전하고 있죠. 

 그리고 제 생각에는 돈이 최우선 가치는 아닌 사람들인 거 같아요. 돈보다는 우선 재미있는 일, 의미 있는 일이 더 중요한 사람들. 그런 비슷한 성향이 맞아떨어지면서 공주에 오게 된 시점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제일 큰 포인트는 역시 공주를 좋아한다는 거죠. 공주가 예뻐서 반하기도 했고요. 


Q : 민지 씨는 그때 미혼이었는데 교육 독서 모임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민지 : 하하, 서울에는 아주 어린 친구들도 책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책을 늦게 접한 편이었어요. 28살에 제대로 된 책을 읽었으니.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모임을 할 때쯤 인간관계에서 마음이 힘든 시기가 자주 왔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대학을 서울로 가며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기도 했고요. 그 빈자리를 사람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20대 후반 때 그런 시도들이 무너졌어요.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하려 했던 제 약한 모습이 드러났던 거죠. 그 시기에 책을 만났던 겁니다.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Q : 독서회를 통해 민지 씨에게 일어난 변화가 있다면? 

김민지 : 인간은 사람에게 많이 기대게 되잖아요. 그리고 그건 결국 제 문제더라고요 –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순간 결국에는 둘 다 힘들어져요.  

책의 힘을 알게 되면서 힘들 때 책을 통해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됐어요. 책 안에서 내가 왜 그랬었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공감도 받고요. 사람에 대한 공부도 책을 통해서 하게 되면서 제가 심적으로 강해진 거 같아요. 심심하면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책을 찾게 된 건 큰 변화였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말을 잘 못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랑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다르고, 사람들하고의 대화도 ‘오늘 뭐 먹을까?’ 수준의 단순한 것들이었어요.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섰고요. 

광주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할 때 제가 막내다 보니까 모임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됐어요. 그걸 1년 정도 하니까 말과 글이 정리가 되고 내가 원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지고 내가 원하는 말들을 잘하다 보니 통하는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나게 됐어요. 

결국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모든 시작이 책을 읽고 글로 쓰고 그걸 말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 그래서 민지 씨를 볼 때면 항상 메모를 하고 있었군요? 

김민지 : 메모가 습관이 됐죠. 항상 메모하고 그걸 기억해서 다시 글로 쓰고요 


Q : 서동민 씨가 공주에서 첫 독립서점 가가책방을 열었는데요. 이렇게 두 분이 공주에 내려오게 된 계기를 더 여쭤봐도 될까요? 

김민지 : 먼저 내려와 있던 오상님을 통해서 공주에 책방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마침 동민 씨(가가책방)가 회사를 그만뒀을 때인데 원래 책을 너무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적극적으로 하고 싶을 걸 해보라고 권했어요.
아직은 30대이니까 망하더라도 지금 시도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고, 그게 이어져서 지금은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네요. 


Q : 저는 서동민 씨가 처음 공주에 내려와서 책방을 차릴 때 여자친구가 있을 줄 몰랐어요. 이런 소도시에서 생소한 동네책방을 연다니. 당장 좀 불안할 수도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직 젊고 솔로여서 가능하겠지라고 어림짐작한 거죠. 그래서 처음 민지 씨를 알고 결혼하는 걸 보면서 놀랐어요. 

김민지 : 저는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벌어보지는 않았지만 돈이 많으면 많이 쓰게 되잖아요. 월급을 받자마자 돈이 눈앞에서 연기처럼 없어지는 것도 몇 번 겪어봤고요. 동민 씨는 특히 돈이 있으면 책만 사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이번 기회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보자 싶었습니다. 만약 부족하면 같이 벌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 안되는데 이런 기회가 또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Q : 가가책방은 공주 최초의 독립서점이면서 무인책방이 됐어요. 2호점으로 가가상점까지 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민지 : 이 시점에 오상님이 다시 한번 등장하지만 하하. 공주에 굿즈샵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이야기했었어요. 저희도 공간이 하나 더 필요했는데 마침 사대부고 앞에 나타난 이 자리가 너무 좋았어요.  

공주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딱 시점이 맞았죠. 가가책방은 무인으로 운영하니까 가가상점 역시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드나들고 예술가들 작품도 함께 홍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나가려고 해요. 


Q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데 다음에는 어떤 일을 또 하시게 될지 기대됩니다. 계획하고 계신 게 있을까요?

김민지 : 엄마들과 영어동화 모임도 하고 있고 동네에서 영어 스터디도 하고 있지만 최근에 가장 큰 이슈가 있죠.

지난 2월부터 일하고 있었던 영어 학원을 인수하게 됐거든요. 정식으로 원장이 된 지는 5개월 차인데 인생 첫 사업이라 많이 고생하며 배우고 있어요.

여기는 지역이라 그런지 입시 위주의 학원이 많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어려운 것, 공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반대로 가보려고 해요.

아이들과 재미있게 노는 게 꿈이었는데 '영어'라는 매개체로 놀면서 공부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네요. 내년 1월에는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도 한번 나갔다 오려고 합니다. 

Q : 민지 씨에게 공주란? 

김민지 : 저희에게 공주는 정말 고마운 인연입니다. 가족을 이루게 됐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으니깐요.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은 아름다운 소도시예요.  

저는 지금도 여행하는 느낌이에요. 매일매일 걸어도 행복한 제민천을 이전에는 혼자, 둘이 걸었는데 지금은 아이와 함께 걷네요. 


김민지 씨가 현재 운영하는 학원에서 스펠링비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7월 31일 충청인사이트 정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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