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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Aug 06. 2023

그스막골에 살아요

그스막골은 충청남도 공주시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있어요. 그중에서도 마을길을 따라 가장 막다른 곳까지 가면 등산로도 제대로 없는 작은 산의 초입에 정말 작디작은 골짜기가 나와요. 그 앞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집이 있답니다. 행정명은 따로 있지만 저는 우리 동네를 어른들이 옛날부터 부르던 '그스막골'이라고 불러요.


보통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도시가스가 안 들어가고 인터넷이 안 되는 집이 있냐고 되묻곤 해요. 어디 섬도 아니고 첩첩산중 꼭대기도 아닌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네요. 그렇지만 사실인 걸요. 심지어는 상수도도 연결이 안 돼서 지하수를 파서 그걸로 식수를 한답니다.


다들 말렸어요. 결국 포기하고 나갈 거라고 장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도 해요. 이상하죠. 농촌을 지켜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가려고만 하는 게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그게 자기랑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요.


저도 제가 그스막골에서 평생을 살지는 모르겠어요. 나이를 좀 먹어보니까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이건 확실해요. 제가 여기서 사는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어요. 조금 불편하고 대신 더 행복할 수 있는 삶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그스막골에서 살 필요는 없지만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면 조금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그스막골에서 산책 나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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