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스막골은 충청남도 공주시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있어요. 그중에서도 마을길을 따라 가장 막다른 곳까지 가면 등산로도 제대로 없는 작은 산의 초입에 정말 작디작은 골짜기가 나와요. 그 앞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집이 있답니다. 행정명은 따로 있지만 저는 우리 동네를 어른들이 옛날부터 부르던 '그스막골'이라고 불러요.
보통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도시가스가 안 들어가고 인터넷이 안 되는 집이 있냐고 되묻곤 해요. 어디 섬도 아니고 첩첩산중 꼭대기도 아닌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네요. 그렇지만 사실인 걸요. 심지어는 상수도도 연결이 안 돼서 지하수를 파서 그걸로 식수를 한답니다.
다들 말렸어요. 결국 포기하고 나갈 거라고 장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도 해요. 이상하죠. 농촌을 지켜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가려고만 하는 게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그게 자기랑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요.
저도 제가 그스막골에서 평생을 살지는 모르겠어요. 나이를 좀 먹어보니까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이건 확실해요. 제가 여기서 사는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어요. 조금 불편하고 대신 더 행복할 수 있는 삶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그스막골에서 살 필요는 없지만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면 조금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