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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스윗 May 18. 2023

책임

그때를 기다릴게

"나도 한 마리 키워볼까?"

"아니야.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래도 귀엽긴 해"

"키워? 말아?"


작고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보고 또다시 잠깐 고민을 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처럼 집에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게 좋은 사람은 반려 동물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누군가를 죽는 날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 무게감이 날 불편하게 한다.

책임져야 하는 아이는 둘이면 충분한데 거기에 또 다른 생명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자유로움을 좋아하고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의 성향은 제 몸 하나 챙기는 것도 바쁘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들 어릴 때 했던 말이

"애들 똥 기저귀 갈아 주는 것도 싫은데, 멍멍이 똥까지 치우라고?"

"난 싫어! 나이 들어서 할 것 없고 갈 때 없으면 몰라도 말이야"

주변에서 키워보기를 권하면 속으로, 입으로 내뱉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제 몫을 다하고 남편은 일로 바쁘고 점점 빈 둥지 증후군에 걸릴 나이가 되어가니 옆에서 계속 '귀엽다, 이쁘다'를 말하면 전과는 달리 귀가 솔깃하긴 하다. 과연 내가 조막만 한 생명체를 책임질 수 있을까? 나에겐 가장 큰 문제이다.

책임의 뜻을 찾아보니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라고 나와있다.


"여행을 가야 되면 어떡하지?"

"똥은 내가 맨날 치워야 되나?"

"돈은 떠 얼마나 들까? 맨날 산책도 해줘야 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한번 맡았으면 의무를 져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질 않았다.

요즈음은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운다. 어떻게 이 많은 의무와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는 것일까 한편으로 희생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지 않은가 똥치우기, 산책시키기, 씻기기, 모든 일들이 아이 한 명 키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그걸 받아들이고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겠다. 언젠가는 그때가 되면 나도 그 무거운 책임을 스스로 선택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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