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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 stem cell Mar 16. 2018

이제부터 호형호제를 금하노라

새로운 상사를 만나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나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관계가 틀어지면 정말 꼴도 보기 싫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 그것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마주칠 수 밖에 없다. 방법은 내가 떠나든 상사가 떠나든 하는 것인데, 운좋게 상사가 떠나기도 한다.


회사에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혹은 조직을 내맘대로 부리기 위해 팀을 재편하곤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종종 새로운 중간관리자들을 맞이하곤 한다.


구성원들은 이전 못마땅했던 상사가 사라진 것이 시원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허나 이젠 새롭게 임명된 관리자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생활해야 한다.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관리자는 과거 상사를 잃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보살피며 위로하기도 하고, 어떤 관리자는 구성원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지배력을 처음부터 펼치기 위해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관리자가 새로 임명되었다. 그는 새로운 구성원들을 불러모아 놓고선 첫 대면에서 회사생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파했다. 여러 가지 요구사항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구성원들간에 호형호제를 금한다는 것도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친해지는 사람들과 형, 동생 하며 지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어나는 공식적인 자리에선 물론 친한 사람들도 사적인 호칭을 쓰지는 않는다. 새로온 관리자는 사적인 자리에서의 호칭도 못마땅했던 것.


구성원들은 처음엔 뭐 사적인 자리에서까지 형, 동생을 못하게 하나 의문과 불만이 있지만 그렇다고 새로 온 상사에게 직접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회사에선 직급이 깡패니까.


새로 온 상사에게 불만을 이리저리 이야기해 보지만 기분만 별로다. 처음이니까 따라줄 수 밖에 없다. 시간을 가지고 친민감을 쌓아가다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구속당하지 않는다. 어느 날 구성원들만 모인 회식 자리에서 새로운 상사의 일방적인 통보와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다 구성원들은 이내 새 상사가 금지한 ‘호형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적으로 친해진 사람들이 형, 동생 하는 것까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는거 아냐?”


“맞아! 그건 너무하다고.”


“그것도 그렇지만 상사놈 태도도 영 맘에 안드네.”


“뭐 초장에 기선을 제압해 보겠다는 거겠지?”


“쓰레기차가 치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똥차가 들어왔구나..”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는 거 아니겠냐.”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상사 욕을 한 바탕 하고 나서는 호형호제 금지에 대한 대안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형, 동생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야’, ‘자’로 하자!”


“와...대박! 천재!”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아님 언니 오빠는 어때? 언니!!”


“야 X나 좋다! 최고네!”


옆 테이블에서 ‘이모~ 여기 깍뚜기 더 주세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모도 좋다! 이모!”


“으하하하하! 좋네! 좋아!”


“난 자기야가 좋겠어! 자기야~ 이 보고서좀 건네줄래?”




직장인들은 모두 천재다! 이렇게 창의적인 대안을 말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있기에 대한민국 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아! 희망적이야! 대한민국 직장인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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