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를 만들어 어릴 적 추억을 아이와 공유하다!
요즘 아이들은 아마도 탑블레이드 같은 애니매이션에 나오는 팽이가 익숙할 것이다. 나무로 깎은 팽이와 팽이채를 가지고 팽이치기를 하는 모습은 민속촌이나 박물관, 혹은 풍속화 같은데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농촌 마을에 살았던 내겐 가지고 놀 장난감이 별로 없었다. 그 당시(1980년초~1990년 초반)만 해도 시골 마을에선 동네 동무들과 함께 모여 놀았다. 자치기, 구슬치기, 술래잡기, 말타기, 논에서 하는 각종 구기종목, 병뚜껑 놀이 등 거의 모든 놀이는 아이들과 그들이 직접 만든 도구를 이용해 이뤄졌다.
시골을 떠나 도시 생활을 한 지도 어언 25년. 시골 아이였던 나는 그보다 더 길게 이어진 도시생활로 인해 재미 있는 놀이들을 잊어가고 있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고향 부모님 댁에 갔는데 마당 앞에 커다란 나무를 잘라낸 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나무 무더기를 지나다 문득 팽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어릴 적 팽이치기를 추억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즐기던 놀이를 알려주고 싶었다.
적당한 굵기(지름 5~6cm)에 원형에 가능한 가까운 단면을 가진 나뭇가지를 골랐다. 부모님 댁에 있는 톱으로 먼저 단면이 반듯하게 나오도록 나무토막을 자르고, 깎기(한쪽엔 끌, 반대편엔 망치 모양으로 된 손도끼 같은 연장)로 팽이가 서게 되는 돔 모양을 대충 깎아낸다. 역시 오랜만에 손에 쥐어 보는 조선낫으로 팽이가 균형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돔 모양을 섬세하게 깎는다. 돔 형태가 완성되면 길이 8~9cm정도로 나뭇가지를 톱으로 자른다. 마찬가지로 팽이 머릿면이 기울지 않도록 반듯하게 잘라야 한다.
돔의 길이와 팽이 머리 부분 길이가 반반 정도 되도록 만드는 게 좋다. 이렇게 팽이 깎기를 끝냈으면 마무리로 머리 크기가 5~6mm정도 되는 나사못을 돔 모양 꼭대기에 박는다. 이때 나사못이 비뚤어지지 않게 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나사못이 비뚤어지면 팽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렇게 팽이깎이를 끝냈다.
다음으로 만들 것은 팽이채. 엄지 손가락 굵기 정도(지름 2cm정도)되는 나뭇가지를 손 끝에서 팔꿈치 끝까지(50~70cm정도)길이가 되도록 자른다. 적당한 천(끈이어도 되고 옷 같은 것을 잘라서 사용해도 된다)을 폭 2cm, 길이 1m~1.4m정도 되게 재단해 팽이채로 사용한다. 나뭇가지 끝에 채가 두 줄이 되도록 단단히 묶는다. 이 때 주의할 것은 팽이채를 휘두를 때 이 천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는 것이다.(처음 팽이채용 나뭇가지를 고를 때 끝 부분에 작은 가지가 나 있는 것을 고르면 천을 고정하기가 더 좋다.)
이렇게 팽이와 팽이채를 완성했다.
팽이를 완성한 후 집안에 들어가니 두 딸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자, 팽이치기 할 사람~!”하고 부르니 첫째는 만화영화에 빠져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직 텔레비전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않는 둘째가 “저요~!” 하고 대답한다. 이제 막 일곱살이 된 녀석이 팽이치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일단 마당으로 나왔다. 음~ 역시 아직은 무리다. 둘째에게 팽이치는 아저씨 모습을 모여줬다. ㅡㅡ;
음! 나름 잘 만들었다. 25년 이상 지난 팽이깎는 법을 손은 기억하고 있었다. 팽이치기 하는 법도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큰 딸이 마당으로 나왔다. 큰 아이에게도 팽이 돌리는 법과 치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줬다. 오~! 큰 아이는 팽이치기가 처음임에도 나름 잘 한다!! 사실 팽이치기가 어려운 건 아니니까. 때마침 포근해진 겨울날 아이들과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한 주말!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큰 아이는 팽이치기의 재미를 느끼더니 자기 것도 만들어 달란다. 두 아이가 팽이싸움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팽이와 팽이채 한 세트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번엔 팽이채도 제대로 모양을 내봤다.
도시에서 팽이치기를 하려면 근처 공원에라도 나가야 하겠다. 도시의 공원들 바닥이 맨들맨들하고 편평하니 팽이는 엄청 잘 돌아갈 것이다. 어릴 적 단단해진 흙 바닥에서 팽이치던 느낌은 아니겠지만 그나마 팽이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지. 우연히 마주친 나뭇가지 무더기로 인해 두 아이들과 참으로 즐거운 주말을 보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