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 am a stem cell Mar 01. 2018

행복의 걸림돌: 과도한 선택지, 부, 불안

바스 카스트 <선택의 조건>

이 책은 지구에 막 착륙한 외계인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는 독특한 상상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이 외계인의 질문에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환경에서 살고는 있지만 뛸듯이 기쁘고 행복한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무엇에 있어서든 만성적인 결핍 상태가 아닌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왜 만족하지 못하며, 오히려 무엇인가 부족하던 시절보다 더 불행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물질적으로는 풍요를 넘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진정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상호간의 유대, 서로에 대한 관심, 서로를 위한 시간, 친밀감과 배려가 우리 안에 결핍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충분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와 부가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진정 자유를 만끽하며 흥겨워서 거리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은 크게 세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장에서는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져 있음에도 원하는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대답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다한 선택지가 왜 고통을 가져오게 되는지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만족이라는 개념에 놓인 역설적 모습을 소개하며 현대 사회 인간들의 불만족스러운 삶을 조명한다.


두번째 장에서는 부유함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익숙하게 들어왔던 풍요 속의 빈곤, 과잉 속의 불만이란 주제로 풍요로운 조건 하에 있는 인간의 외로움을 언급한다. 이어서 돈이 가진 파괴력과 그에 반해 행복을 가져오는 삶은 어떤한 모습인지를 그려본다. 너무 많이 들어서 상투적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파랑새처럼 가까운 곳에 우리가 찾아 헤매는 진리가 깃들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의 근원을 찾아가며 현대 사회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재조명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충분히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유와 선택가능성이 확대되어감에 따라 그것이 주는 부정적효과로 인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설을 지지하는 여러 가지의 실험결과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가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선택지의 수와 만족감의 관계를 나타내는 '무지개 모양 곡선'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많아지면 그것을 포기해야 하기때문에 아쉬움의 양도 늘어난다. 이에 더해 선택한 것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때문에 실망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선택에 따라오는 후회가 커지기 때문에 단순히 선택지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만족감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어떤 결정에 대해 철회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결정에 대해 항상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기 때문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정을 미루는 자세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


저자는 선택의 순간에 객관적으로 최상의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자유는 우리를 해방시키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독을 가지고 있어 우리를 압박하기도 한다. 자유에 대한 대처 방식이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자유의 폭을 줄여감으로써 자유가 가진 독을 완화시키고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이와 같이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의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관계로부터 기인하는 제한된 자유로 인해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한편, 우리는 부를 통해 행복해질 것을 기대하며 끊임 없이 부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연구 사례들을 보면 부의 증가가 만족 혹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소득의 증가가 왜 만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에서처럼 부에도 부정적 그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를 얻는데 필요한 기회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는 사람들과의 친밀한 상호관계를 해체시킨다.


또한 부의 증가는 서로간의 유대를 가진 인간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도움을 전문적 서비스로 변화시켰다. 때문에 우리 안에 형성될 수 있는 유대의 끈이 점점 약화된 것이다.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는 사회구조 안에 있으면 자유의 제약은 있겠지만 친밀함과 포근함이라는 긍정적 힘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저자는 아미시 공동체의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돈이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여러 연구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돈이 개입되거나 연상될 때 사회적 성향이 줄어들고 개인적 성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돈은 사회적 배제로 일어나는 고통의 진통제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세 번째 장에서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편한 감정인 만성적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불안은 현대사회에서 확대된 자유로 인해 일어나게 되는 경쟁, 선택가능성의 확대, 시간은 돈이라는 확고한 개념(돈에는 영원히 만족이 없다)으로부터 생겨난다.


저자가 진단한 것처럼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든 왠지모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불안에서 빠져나와 있는 공동체가 책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은 유동적이고 개인화되어가는 시대의 조류에서 벗어나 서로를 알고 있는 관계를 유지해가며 살아간다. 이들에게서는 현대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불안 증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온라인 세계가 보다 확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결국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들이 가지게 되는 만성적 불안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저자의 진단과 처방이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방향인 것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여전히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는 실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떠돌이 철학자 에릭 호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