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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May 05. 2022

"역시, 로마는 로마다"

인생 첫번째 유럽여행. 3박4일동안 로마를 다녀오다.

 영국에서 사는 것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는 바로 유럽여행이 쉽다는 것이다. 시차도 없고, 비행기를 타는 시간도 훨씬 짧다. 심지어 기차나 자동차를 끌고도 갈 수 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여행가듯 일상처럼 다른 나라를 오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살다보면 여기의 생활도 일상이 된다. 서울사람이 부산여행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듯이 여기서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가까운 파리는 커녕 영국에 있는 주요 관광지도 다 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의외로 연휴가 그리 많지도 않다. 웬지 유럽은 엄청 많이 쉬면서 일할 것 같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보다 공휴일이 더 적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물론, 아이들은 하프텀이다 뭐다 쉬는 날이 많지만 아빠회사는 쉬지 않기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형편상 무리다.)

이 사실을 깨달은 우리 가족은 '연휴엔 무조건 떠나자!' 고 결심했고 성금요일부터 부활절 다음날인 월요일까지 쉬는 이스터 휴가(Easter holiday)에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짰다. 


 첫 여행지를 로마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고대 유적지가 수두룩 한 곳, 예전 로마제국의 흔적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 성경에 나오는 그 '로마' 의 모습이 궁금했고 바티칸에 있다는 천지창조 천장화도 직접 보고 싶었다. 첫번째 유럽여행이니만큼 정말 볼 것이 많은 곳으로 가고싶었고, 3박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감안해 이탈리아 다른 곳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이번엔 로마만 가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파리 여행을 준비할 때랑 비교하면 코로나 관련 절차도 매우 간편해져서 어른들은 3차 부스터를 맞은 접종증명서만 있으면 되고, 만 12세 미만 아이들은  48시간 이내 음성확인서(antigen)만 있으면 입국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곧 없어진다고 함)











영국에 온지 7개월만에 다시 탄 비행기. 히드로 공항에서 어리버리 내렸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렇게 다른 나라에 여행까지 가다니...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비행 중 보았던 스위스 산들.



히드로에서 로마 피우미치노(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정도. 

초딩아이도 있는데다, 알아보니 대중교통을 세명이 이용하는 가격과 개인택시의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어서 숙소에서 미리 보내준 개인 택시를 이용했다. 보통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라는 열차를 많이 이용하시는데, 이 열차를 타면 공항에서 로마 도심지역이라 할 수 있는 '테르미니 역' 까지 한번에 간다. 


                          우리 방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먼저 보이는 저 회색 문을 연다

                  문을 열면 안에 나무문이 보이는데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탑승 성공.

                            문을 열고 닫는 이 모든것이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ㅋㅋ

 

가격, 걷는 시간, 안전 등의 여러 요소들을 반영한 끝에 주요 관광지로부터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숙소를 잡았다. 엘리베이터 사진만으로 짐작이 가는 꽤 오래된 건물이지만 (나름)깨끗하고 무엇보다 보안이 철저해서 안심이 되었던 숙소. 


 숙소에서 짐만 두고 다시 거리로 조금 걸어나오자 확실히 우리가 로마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사방 어디에서나 보일만큼 큼직큼직한 유적들,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던 포럼, 고대에서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법한 건물들이 옛 로마의 명성이 어떠했을지 곧바로 눈치챌 수 있을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탈리아 경제가 로마제국과 비교한다면 예전같지 않고, 그 중에서도 로마는 재정난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지만... 그래도 '로마는 로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저분한 거리, 소매치기에 대한 염려가 순간 잊혀질만큼 로마가 뿜어내는 기운들은 엄청났다.


                                         (로마에서 첫번째로 간 판테온)

골목골목을 걸어 우리의 첫번째 코스, 판테온에 도착했다. 로마 건축물을 이야기할때 반원형의 "아치"와 "돔"을 빼놓을 수 없는데 판테온은 전형적인 아치와 돔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다.
쉽게 말해 '만신전' 인 이곳은 여러 신들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판테온의 천장에 있는 구멍이 유명한 곳인데 향을 피워 제사를 지내니 일종의 환풍구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구멍이라고...하도 제사를 많이 지내다보니 향이 올라가 비가 와도 그 구멍으로 비가 거의 새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얼마나 제사를 많이 지냈으면....

콘스탄틴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이래 만신전으로써의 기능은 상실했고, 화재도 있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현재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의 무덤과 로마에서 존재감 짱이었던 라파엘로 무덤이 여기에 있다.

                                                (판테온 천장의 구멍)

우리는 아직 초딩아이 컨디션에 따라 관광하다가도 갑자기 밥을 먹거나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할 때도 있는 변수가 많은 환경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가이드가 붙는 투어상품을 하나도 이용하지 않았다. 대안으로 음성가이드를 이용했는데, 그리 큰 기대없이 말 그대로 "대안"으로 구매했던 음성가이드가 로마 3박 4일 내내 큰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판테온도 음성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했는데, 만약 음성 가이드가 없었다면 큰 의미를 찾지 못했을 판테온 곳곳의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고, 건축양식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로마에서 흔히 보는 돌덩어리 건물이겠거나 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가이드투어가 부담스러운 경우 음성가이드만으로도 충분히 지적욕구를 채울 수 있다고 추천하고 싶다. 


 판테온에 갔다가 아이가 가장 가고싶어했던 "트레비 분수" 로 이동했다. 책에서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서 들어가면 또 로마에 방문한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나 뭐라나... 로마 이야기만 나오면 늘 저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해서 일부러 동전을 준비해 첫날 방문했다. 

뭔가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해보이는 분수앞에 서 있자니 판테온 앞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정을 느꼈다. 분수 속 물이 하늘색 빛깔처럼 보여서 꼭 동화속에 있는 기분이랄까.... 다녀오고 다시 생각해보니 로마는 참 여러 감성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아들은 소원대로 준비해 간 동전 세개를 모두 다 던져넣었다. 세개를 던졌으니 앞으로 세번은 더 올꺼라고....ㅋㅋ)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정말 로마에 왔는지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유럽여행이란 '언젠가는 한번정도는 가보고 싶은 곳' 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 한번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늘 바쁘게 살아왔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시 일상을 찾을 수 있을것인가 싶을만큼 갇혀지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 실감이 안난건지도 모르겠다. 

이제와 많은 이들이 가봤을 로마에 와서 이렇게 호들갑이라니, 스스로가 촌스럽게 느껴졌으나 ㅋㅋ 뭐 어떠랴, 누가 뭐래도 지금 이 순간 로마에서 내가 행복하면 그만인 것이다. 


다음날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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