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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Sep 11. 2022

여태 나만 몰랐던 그곳, Paris - 1

 뒤늦게 알아버린 파리, 그 매력적인 도시에 대하여

 사실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는 로마가 아닌 프랑스 파리였다. 계획대로라면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우리가족은 프랑스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빠른속도로 유행하며 프랑스에서 해외입국자들을 막아버려서 모든 일정이 강제 취소되었다. 그때 우리 가족 모두가 아쉬워했는데 드디어 올해 6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연휴를 이용해 그때 못간 파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막상 가보니 파리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볼 것도, 즐길것도 많은 매력적인 곳이었다. 로마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남성미를 느꼈다면, 파리에서는 그 반대로 낭만적이고 섬세한, 여성적인 매력를 느꼈다. 3박 4일은 생각보다 짧았다. 떠나기 전까지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도시. 그 아쉬움을 계속 곱씹다가 2주전 8월 마지막주 Bank Holiday 연휴에 또한번 파리를 방문했다. 



파리에는 "뮤지엄패스" 라는 것을 별도로 판매할 정도로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는 루브르보다는 오르세 미술관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일단 루브르 박물관은 너무 크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박물관 안내도를 보면서도 같은 곳을 여러번 뱅글뱅글 돌게 될만큼 동선도 불편했다. 작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느낌이어서 찾는 것 만으로도 기가 빠지는 느낌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속의 명소, 모나리자

이렇게 동선이 불편해서 모나리자는 볼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모나리자 보러 가는 길은 눈에 띄게 동선이 따로 표시되어 있어 찾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다. 어느날엔 가품이 걸리고, 어느날엔 진품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날 우리가 본 모나리자는 진품이었을까....?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보긴 했지만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는데 모나리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모나리자만큼은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보다 작기도 했고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오히려 어안이 벙벙해서인지 생각만큼 큰 감흥은 없었는데 아이는 지금도 종종 모나리자 이야기를 할 정도로 좋았다고 하니.. 역시 같은 예술 작품이라도 보고 느끼는 것은 개인차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루브르는 동선만 불편한게 아니라 유료로 대여했던 오디오 가이드도 불편했다. 기계가 닌텐도라 3D 화면과 동시에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조작도 너무 복잡하고 무거워서 목에 걸고 다니다 목에 담 오는 줄... (작품이 눈앞에 있는데 굳이 3D화면이 왜 필요한가...) 

나는 모나리자 보다는 이 그림이 더 좋았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아무래도 한번 더 올것 같진 않아서 힘든 와중에 그래도 거의 하루종일 머물며 주요 작품들은 다 살펴보았다. 몇몇 그림들은 실제로 보니 더 감동적인 작품들도 있었다. 한번 정도는 가볼만한 곳이다. 그 어느 박물관보다 가이드 투어가 절실한 박물관으로 만약 우리가 가이드 투어를 했다면 노련한 가이드 분을 따라다니며 감상할 수 있었을테니 동선이 불편한 곳이라는 걸 못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오르세 미술관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일단 동선이 편리하다. 시대별, 작가별로 작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관람이 크게 어렵지 않다. 미술관 안에서 유료로 대여가 가능한 오디오 가이드도 조작이 간편하고 해설도 풍부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고흐 작품은 참 좋아하는데 고흐 작품들이 많다

두개의 작품 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책이나 화집에서 많이 본 작품이지만 섬세한 붓터치나 색감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림 앞에 서서 하염없이 저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비로소 비싼 돈을 들여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한번쯤은 봤을만한 유명한 그림들도 많고, 기념품숍도 루브르보단 훨씬 규모가 있다. 중요한 그림들은 빼놓지 않고 다 보긴 했지만 그림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던 미술관이라 오르세는 한번은 꼭 더 가보고 싶은 미술관이다.


어린시절 세계사 전집에서 빠지지 않는 왕이었던 루이 14세. 태양왕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루이 14세는 프랑스 외곽의 베르사유에 어마어마한 궁전을 지었다.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어 부인들이 하이힐을 신었다는 이야기, 화려하다는 거울의 방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자란 나도 베르사유궁전이 외곽에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쨌든 베르사유 궁전 때문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니 이 지역은 이젠 외곽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곳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베르사유 궁전 내부를 먼저 관람했는데, 화려하긴 하지만 영국에 와서 윈저성이나 다른 castle들을 몇군데 보고 난 후라 그런지 크게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내심 기대했던 거울의 방도 좀 실망스러웠다.

알고보니 베르사유 궁전의 매력은 사실 궁전 내부보단 정원에 있었다. 궁전에서 나와 정원쪽으로 가면 골프장에서 볼수 있는 작은 카트를 유료로 대여해준다. 정원이 워낙 넓어서 걸어다니긴 힘드니 일단 카트를 타고 정원을 돌았는데 카트로 도는 것만해도 1시간이 훌쩍 넘을만큼 넓고 볼 것들이 많다.

사진으로는 정원을 한 샷에 다 담을수도 없을만큼 크다. 
정원 아래로 쭉 따라내려가면 저렇게 배를 띄울 수 있는 넓은 호수? 가 나온다. 사진과는 달리 실제로 보면 더 그림같음

곳곳에 심기워진 나무들, 오솔길, 호수들.. 그리고 음악이 나오는 분수들 사이로 걷기만 해도 궁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베르사유 궁전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글로만 보았던 루이 14세가 당시 어떤 존재였는지 바로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가신다면 꼭 하루 정도는 일정을 빼두고 정원까지 여유롭게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루이 14세가 지은 베르사유 궁전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 나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 당시에는 온갖 욕을 다 듣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그들의 흔적들이 궁전 내부 곳곳에 남아있는 것을 보며 돌아가면 프랑스 혁명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 결심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는 그 과정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또 다른 종류의 설레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여행은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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