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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Sep 21. 2022

여태 나만 몰랐던 그곳, Paris -2

파리가 좋은 이유 중 팔 할은 에펠이다.

 뭐니뭐니해도 프랑스 파리하면 '에펠을 빼놓을 수 없다처음 에펠탑을 만들때 흉물이라고 많은 이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던데.. 그 사람들은 아마도 에펠탑이 파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에펠탑을 이용한 기념품들로 심지어 길거리 흑인들도 수입을 얻고 있고에펠탑만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많으니 파리에서 에펠탑이 차지하는 지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나만해도 이번엔 1일 1에펠하며 파리 거리를 원없이 걸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두번이나 파리에 왔으니 말이다6월에 파리에 갔을땐 사실 일정 내내 화창한 날씨가 거의 없었고, 둘째날엔 폭우가 쏟아져 많이 걸을 엄두도 못내고 겨우 에펠탑이 보이는 다리에서 사진 한장을 찍은 것이 전부였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파리 시내에서 쓸 시간이 부족했다. 야경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늦은 밤에 탄다는 바토뮤수도 내 건강상의 문제때문에 해가 10시에 지는 6월의 파리에서 7시에 탔으니...

6월의 비오는 날 에펠. 역시 파리 여행에서 날씨란 정말 중요한 변수 중 하나였다.
6월에 탔던 바토무슈, 이 사진이 거의 8시가 넘어갈 시점 찍었던 사진. 야경을 보기엔 너무나 밝다 ㅋㅋ


이번 8월 방문땐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았다. 화창한 날씨가 2박 3일 내내 지속되었고, 6월보단 해도 짧아져서 9시 바토무슈를 타며 야경과 화이트 에펠도 실컷 즐겼다. 

마르스 공원에 도착해 눈 앞의 에펠을 보며 들었던 감정을 그저 좋다고 표현하기엔 너무도 부족하다. 저런 철제 탑(?)이 왜 좋은건지 나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그냥 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은 매력을 에펠탑은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마르스 공원 잔디밭에 앉아 에펠을 보며 흑인들이 돌아다니며 파는 와인들을 마시고 있었는데 뭔가 에펠과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만 봐도 여유로움이 생기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불켜진 에펠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요즘 기사로 에펠이 노후화 되서 보수가 시급하다는 기사들이 자주 쏟아져 나오는데 덩달아 내가 다 안달이 난다. 빠른 시일내로 전면보수해서 언제까지나 저 자리에 잘 서 있어 주기를.. (에펠 못 잃어.. ㅠㅠ)


에펠탑 보러 파리에 왔다가 찾은 의외의 매력적인 곳은 '몽마르뜨르' 였다. 첫 방문땐 시간이 없기도 했고, 워낙 흑인 팔찌단 강매단 등등의 악명이 높은 곳이라 일단 후순위로 미뤄뒀던 곳이었다. 몽마르뜨르를 단순히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곳곳에 예술가들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뻗어져나가는 상젤리제 거리나 마리 앙뜨와네뜨가 처형당했다는 콩코르드 광장 등 우리가 '파리' 하면 떠오르는 곳의 분위기는 뭔가 계획적으로 잘 짜여진 도시의 느낌이라면, 몽마르뜨르는 그곳들 보단 좀 더 옛스럽고 토속적인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곳이다. 고흐가 머물며 당대 예술가들과 교류했던 흔적, 피카소의 작업실 등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고, 고흐가 살았던 아파트도 여전히 존재한다. 고흐가 살았던 아파트는 방문객들이 너무 많아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컸던지 '고흐가 살았던 집' 이라는 명패가 떼어져 있어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마네와 모네, 고흐 피카소 등이 찾았던 단골카페로 식사도 판매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가성비 굉장히 훌륭했던 식당. 
'파리의 연인' 김정은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던 길이라고 하던데, 나중에 영상을 찾아 확인해보니 진짜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예술가들이 아직도 많은 곳이라고 해서 길거리 화가들이 많지 않을까 기대가 컸는데 막상 화가들이 모여있다는 테르트르 광장은 너무 작고, 화가들도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길을 걸어가다보니 길에서 서서 바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사람들도 있고 학생들인지 바닥에 주저앉아 사크레퀘르 성당을 스케치하던 사람들도 꽤 있어 예술가들의 거리라는 명성이 헛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숙소리스트에서 기피될 만큼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고, 워낙 소매치기나 강매를 당했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오는 곳이라 출발할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역 근처를 제외하고는 왜 그런지 명성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흑인 팔찌단은 아예 구경도 못했다. 올림픽 준비때문에 프랑스 정부에서 치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 그 영향일수도 있어보인다. 단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빠르게 역 근처를 빠져나올 필요는 있어보인다. 


 나는 내 또래 보기 힘들었던 중국 덕후였다. 중학생 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방송해 주던 중국드라마를 보고처음 듣는 중국어의 매력에 홀딱 빠져서 고등학생이 될때까지도 중국드라마들을 주야장천 돌려보다 기본 회화까지 익힐 정도였는데 그 덕질을 한때 사춘기 추억으로 남기지 못하고 그만 덜컥 중국어를 전공까지 하고 말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중국만큼 관심과 애정을 준 나라나 도시는 없었다. 

파리를 다녀온 지금의 마음이 20년 전 느꼈던 그때의 설레임과 같은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땐 언어로 시작된 감정이라면, 이번에는 도시 그 자체의 매력으로부터 시작된 설레임이다. 

나도 잘 알고있다. 많은 이들이 이미 다녀왔을 파리를 지금에서야 다녀와 뒤늦은 뒷북을 신나게 쳐대고 있다는 것을. 에펠탑과 종이봉투에 넣은 바게트 빵, 프랑스 혁명 정도만 알음알음 알고 있던 내게 파리는 참 여러가지 매력들을 보여주었다. 그 어느곳보다 예술적이고 자유롭고 낭만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잘 설계된 도시가 이토록 아름다울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해주었다. 마르스 공원에서 에펠을 보며 멍때리는 여유로움도 즐길 수 있고, 상젤리제 거리에서 이곳 저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윈도쇼핑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굳이 숙박비가 아주 비싼 중심지에 숙박하지 않더라도 교통이 편리한 편이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것도 좋았다. 지하철비나 식비 등이 런던보다 조금 더 싸다는 것도 좋다. 파리 거리의 특유의 분위기도 내 마음을 잡아끄는 요소 중 하나이다. 


2박 3일동안 다닌다고 다녔지만 여전히 파리는 뭔가 아쉬움이 또 남아있는 곳...다음번엔 좀 더 여유를 즐기면서 프랑스에서 유명한 빵들과 디저트들을 좀 실컷 먹어보고 싶다. 그러려면... 한번 더 가야겠지...?

라파예뜨 백화점 옥상에서 보이는 에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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