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도 한국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방과후 수업도 있고, connect 라고 직장인 엄마를 위한 돌봄서비스도 있다. 이것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고, 그 외로 PTA라는 학부모대표위원회가 존재하는데 한국의 학부모 운영위원회와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학부모들의 100%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한국학교는 학교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사가 훨씬 많다면, 여기 학교는 거의 50:50의 비율로 PTA 학부모들이 준비해야하는 일들이 꽤 많은 편이다.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학부모회인만큼 volunteer를 요청하긴 하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학교가 따로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기에 대신 학교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는 "No uniform day"나 웃긴 양말을 신는날, 좋아하는 장난감을 들고 등교하는 날 등등을 만들어 그날 하루 학부모들에게 1파운드씩 기부금을 받는 등의 행사들을 많이 한다. 처음엔 사실 이런 소소한 기부금을 받는 날부터,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이면 페어를 열어 기부금을 받는 행사들이 내겐 낯설게 느껴졌지만, 갈수록 학교가 다 지원하지 못하는 여러 활동들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주려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PTA 엄마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얼마전에 PTA에서 주관하는 Disco Party가 열렸다. 일년에 두어번 열리는 행사인데 이번엔 단돈 7파운드에 피자가 포함된 저녁간식까지 제공한다기에 별 기대없이 재밌게 놀다 오라고 처음으로 신청해주었다.
말만 Disco party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학교 강당으로 데려다주었는데 웬걸, 천장에는 실제 클럽같은 미러볼과 여러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고, 심지어 DJ가 직접 댄스곡을 틀어주는 제대로 party 분위기가 나는 행사였다. 일찍 도착한 아이들은 어른들 눈 아랑곳없이 조명 아래 신나는 음악을 몸으로 느끼며 춤추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학교에서 볼 줄이야,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춤을 추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여 촌스럽게도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는데, 역시 이런 분위기는 태어나 처음이라 옆에서 계속 쭈뼛대는 아들을 너도 춤 좀 추고 오라며 체육관으로 밀어넣고 민망하지 않게 얼른 자리를 비켜주었다.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아이를 데리러가니, 아이들은 여전히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속에 서로 어깨를 붙잡고 기차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고있었다. 쭈뼛대며 들어갔던 아들은 얼마나 신나게 춤을 췄는지 땀에 흠뻑 젖어 나왔는데, 너무 즐겁고 신났던 경험이라고 다음에 또 간다고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평소엔 정해진 교복과 장식하나 없는 검은운동화와 구두를 신고 얌전하게 학교를 다니지만, 학교에서 주최하는 이런 Disco party가 있는 날이면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짧은 치마나 화려한 스타킹을 신는 것을 허용해주고, 페이스 페인팅이나 간단한 화장도 손수 해주며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쉬는 시간에 서로 잡기놀이 등을 하며 또래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노는 아이들이 이 날 하루만큼은 신나게 춤추고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Disco Party를 처음으로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건전하게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길수 있는 문화가 학교안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이런 disco party를 한다면 학부모들의 항의가 굉장하지 않았을까? 학교 안에서도 늘 모범적인 생활과 태도를 지켜야하고, 학교가 끝나면쉴 틈없이 학원을 돌며 늦은 밤 하루를 마감하는 늘상 피곤한 한국 아이들에게도, 커갈수록 딱히 아이들이 놀만한 문화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스트레스를 풀만한 날이 하루정도는 있으면 참 좋겠다.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런 special day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