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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Oct 08. 2022

영국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한 아이의 영어 성장기-1

영국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한 우리 아이의 성장 기록기를 시작하며

 나는 우리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엄마 중의 한 사람이었다. 하긴 요즘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망이 없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만은, 나는 정말로 우리 아이가 세계 어디를 가든 어떤 직업을 가지든 간에, 평생 영어에 발목 붙잡힐 일 없길 간절히 바라던 엄마였다. 이런 생각의 이면엔 중, 고등학교 포함 약 12년의 시간동안 애쓰고 노력했으나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영어 울렁증에 대한 내 컴플렉스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중국어를 전공한 나로써는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할 줄 안다는 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에 더욱 더 아이의 영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내 아이의 외국어' 에 대한 관심과 열망으로 백일도 되기 전부터 늘 영어동요나 cd를 틀어주었고, 아이가 잘때는 '잠수네 영어책'을 읽으며 나름의 계획도 짜는 등, 의지를 다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국에 온지 이제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아이가 여기서 영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한번 기록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상 아이가 제대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건 영국에 와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파벳 b와 d도 헷갈려하는 쌩초보(!) 상태로 왔던 1년전과 비교하면 지금 아이는 그야말로 완전 환골탈태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그야말로 쌩초보 상태의 1년전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 난 아이의 영어공부에 대한 의욕과 의지는 늘 활활 타오르는 상태였으나 사실 외국에 나가 영어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우리 부부의 공통된 생각은 늘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는 것이기에 기러기 아빠 같은 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이민 갈 계획도 없었으니... 현실적으로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 외국에서의 공부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주재원이라는 기회를 얻어 이렇게 가족 모두가 영국에서 지내고 있으니.. 정말 사람 앞날은 아무도 모를 일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1년간 아이의 영어가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레 지난날 내 열정은 올바른 것이었는가 돌아보게 된다. 만약 다시 아이가 어릴때로 돌아간다면 다신 하지 않을 것 같은 한가지가 바로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아이가 너무 어렸을때 고가의 영어전집을 사들였다는 것이었다.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했던가, 아이에게 영어동요나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내 성에 차지 않았던 시절(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외국어 공부란 그리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눈먼 사람처럼 행동했던 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지금은 아주 대표적인 영어전집회사로 자리잡은 곳의 책이 약 10년전만 해도 엄마들 사이에서 슬슬 입소문을 타고 뜨고 있던 때였는데 내가 봐도 책 내용 퀄리티도 좋고, 부가적인 노출 방법(영상과 노래와 도구를 총 집합한) 또한 내 맘에 쏙 들었다. 이 회사의 책이라면 뭔가 아이에게 좀 더 즐거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노출시킬 수 있을것만 같았다.문제는 책값이었는데....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나는 3단계까지의 전집을 순차적으로 사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렇게 고가의 책들을 척척 사들였는지...^^; 


영상도 자주 보여주고 책도 자주 읽어줬으며, 단계별로 그 책을 이용해 수업까지 들었으니 사실 큰 후회를 할 것도 없다. 적어도 책을 사서 방치하진 않았고 아이가 즐겁게 영어에 노출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문제는, 이런 고가의 전집이 아니더라도 시중에 값싸고 좋은 영어책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좀 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굳이 이런 고가의 책이 아니더라도 엄마와 아이가 서로 즐겁게 읽을만한 저렴한 책들이 너무 많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나는 고가의 전집 대신 그 돈만큼의 더 많은 책들을 구해 아이에게 그저 즐겁게, 욕심없이 읽어 줄 것 같다. 


한국 학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책읽기를 강조하는 영국학교에 다니는 지금이라도 더 이상 지난날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버리고 더 열심히 영어책을 읽어주고 책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노력하련다... 먼 훗날 오늘의 지금을 돌아보며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고가의 영어전집에 대해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고가의 영어전집이 모두에게 필요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읽고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양해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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