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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Aug 16. 2022

순식간에 끝나버린 "Les Miserables"

드디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다!

   2012년 12월의 어느날, 아직 아기가 없던 신혼부부 시절이던 그때 ㅋㅋ우리 부부는 불금을 맞이하여 심야영화를 보러 집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동네 작은 영화관이라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기에 별 생각없이 영화표를 사서 자리에 앉았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첫 장면이 나오자 둘 다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작하자마자 웅장한 음악이 흐르고 여러 남자들이 빗속에서 노를 저으며 대사대신 노래를 하던 그 영화, 그날 우리가 봤던 영화는 뮤지컬 영화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레미제라블" 이었다. 

처음 영화를 보며 어리둥절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이후 직접 보고 싶은 뮤지컬은 늘 "레미제라블" 이었다. 8세 아이와 함께 보기엔 사실 내용이 좀 무거워서 언제쯤 보려나 했었는데, 드디어 지난주 토요일(13일), 고대하던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보고 왔다!! 


영국에 온 이후로 많은 지인들이 런던에 있는 동안 뮤지컬을 많이 보라는 말씀을 많이들 해주셨다. 처음 런던 센트럴에 갔을때 유난히 뮤지컬 전용 극장들로 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곳이 바로 런던의 서쪽 지역으로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대표적인 뮤지컬, 연극 공연들이 이루어지는 "웨스트엔드" 지역이라는 것을 나도 얼마전에야 알았다. 한국의 경우, 한 작품 당 공연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사실 보고싶은 공연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웨스트엔드" 의 공연장은 한 공연장에 한 작품만 전용으로 꾸준히 올린다. 물론 모든 뮤지컬이 다 그런것은 아니고, 인기있는 뮤지컬들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날 언제든지 그 극장을 가기만 하면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전용극장이니 일반 공연장을 빌려 무대장치를 만들고 철거해야하는 한국의 형편에 비하면 왠지 무대장치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뮤지컬을 보려면 앱을 통해 미리 예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데이시트나 TKTS라는 부스에서 공연 당일 직접 표를 살 수도 있다. Leister Squre 역 근처에 TKTS 부스가 있는데, 당일 공연 좌석 중 남는 좌석을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그날 공연의 형편(?)에 따라 미리 예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공연 티켓을 살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당일에 원하는 뮤지컬을 못 볼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 가족의 첫번째 뮤지컬은 아이가 그나마 내용을 알고 있는 "Matilda". 지난 5월의 어느 주말, 센트럴에 나갔다가 온 김에 뮤지컬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즉흥적인 결정에 따라 TKTS를 이용해 비교적 값이 싼 2층 맨 꼭대기 자리에서 공연을 봤었다.


이번엔 아이없이 나 혼자 큰맘먹고 보는 오랜만의 공연이라 2주전에 미리 Todaytix 어플을 이용해 꽤 거금을 들여 1층 앞자리로 예매했다. 혼자서 보는 뮤지컬 공연이 얼마만인가.... 201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로 4년만이다. 뮤지컬 공연을 기다리는 2주 내내 나는 아주 들떠있었다. 2주동안 나는 미리 "레미제라블" 넘버들을 들으며 노래들을 귀에 익숙하게 하고, 가사도 함께 보며 영어가 좀 더 쉽게 들리도록 노력했다. 내친김에 10년 전 그 당황스럽던 영화도 한번 더 보았다. 뮤지컬과 영화가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차이가 날지 미리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레미제라블"은 웨스트엔드의 Sondheim Theatre 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역시 Leister Squre 역 근처에 있어서 찾기도 아주 쉬웠다. 무엇보다 저리 건물 전체에 '여기가 레미제라블 공연장이요!' 하고 표시를 해두니 못 찾을래야 못 찾을수가 없음 ㅋㅋ


오후 2시 30분 공연이었는데 1시 50분쯤 도착하니 사람들이 이미 줄지어 입장하고 있었다. 줄서서 들어가 표를 보여주면, 좌석에 따라 들어가는 입구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극장 내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서인지 다른 음식물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 간단한 가방검사를 하고 있었는데, 물 한병 정도는 그냥 통과시켜 주는 듯.

내 자리에 앉아서 미리 찍어본 무대.

예전에 봤던 Matilda 극장인 Cambridge Theatre 보단 훨씬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었다. 사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땐 규모가 좀 작아서 실망감이 살짝 몰려오기도 했었다. (이 작은 무대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전투를 한다고..?) 실망감도 잠시, 시간이 되자 불이 꺼지고 불이 꺼지자 마자 웅장하게 울려퍼지던 첫 곡, 

바로 Look down 이었다. 앞자리여서 지휘자의 지휘도 다 보였는데, 오케스트라가 어찌나 힘있게 연주하던지 음악이 가득 찬 공연장은 더 이상 작은 느낌이 아니었다.


 "레미제라블"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최장기간 상영하는 뮤지컬이라고 하던데, 직접 보고나니 과연 그 명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중에서도 대사가 거의 없이 대부분 노래로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한데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 모두 마치 립싱크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고 훌륭했다. 

원래 좋아했던 넘버였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은 뮤지컬에서도 좋았다. 사실 뮤지컬을 통해 다시 보게 된 넘버는 1부 마지막을 장식했던 "One more day" 였다.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와 다른 인물들의 독백이 잘 어우러져 흘러가면서도 결국엔 합창으로 마무리되는데 마치 배우들이 자기의 모든 역량을 다 갈아넣는듯한 힘이 느껴졌다. 무대가 작아서 바리케이트 씬을 어찌 소화할까 싶었던 내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꽤 실감나게 전투씬을 보여주었다. 물론 사방을 다 볼 수 있는 영화에 비할까만은, 화약도 몇 번 쏘는 등의 나름대로의 연출력으로 실감나게 연출했다.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는 작품이라 느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는지 2부에서 에포닌이 죽는 장면에선 관객들이 제법 훌쩍이기도 했다. (나는 애엄마라 그런지 에포닌보단 꼬맹이 가브로슈가 죽을때 좀 더 슬펐음...)


중간 휴식시간까지 합쳐 2시간 50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레미제라블을 보고 뮤지컬은 관람하는 자리도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무작정 가는 것 보단 미리 음악을 듣는다던지, 가사를 좀 알아간다던지 하는 예습도 중요하다는 사실을...확실히 모자란 영어실력에 비해 대사나 노래 가사들이 제법 귀에 들렸다.

레미제라블 Brochure와 Programme book

 집에 돌아와 공연장에서 구매한 Brochure와 Programme book을 다시 한번 보면서 공연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앞으로도 계속, 레미제라블을 떠올리면 그날의 공연이 생각날 것 같다. 한국에 가기 전 아이가 좀 더 크면 그땐 아이와 함께 한번 더 이 공연을 보고 싶다. 그땐 또 어떤 감동을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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