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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Aug 11. 2023

"어떤 상황에도 감사하라"

나의 두번째 코로나

 지난주, 남편의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한주를 꽉 채워 여행을 다녀왔다.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오니 일주일치 옷 빨래에 비워져있던 집 청소에.. 당장 먹어야 할 식재료 구입에 정신없이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잠에서 깨는게 좀 힘들다 싶었다. 아이도 평소보다 꽤 늦잠을 잤다. 그래, 여행의 후유증이겠거니 생각하며 꾸역꾸역 일어나 커피 한잔을 내려마시고, 아이의 공부를 봐주고 점심도 해먹이고 나도 여행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영국서 파는 종합감기약 하나를 먹고 잠들었는데 화요일 아침이 되자 확실히 상태가 더 나빠졌다. 이렇게 몸살 기운이 뚜렷하게 있었던게 언제였는지...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운이 낯설었다. 

혼자서 앓아봐야 하나도 득이 될 것 없다는 걸 경험으로 이미 체득한 나는 당장 병원에 전화를 걸어 당일 오후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 혹시나 싶어 오전에 했던 코로나 자가키트는 음성이었고, 이때까지만해도 그저 긴 여행끝에 가벼운 몸살이겠거니 했다.

그 와중에 뭔가 감은 있었는지 오전에 한 검사가 자꾸만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오후에 다시 한번 코로나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별거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검사한 후 점심 먹은것을 정리하고 돌아왔는데... 이게 왠 걸?

아주아주아주 희미하게 두줄이 뜬 것이다!




작년 12월, 코로나에 처음 걸렸을때의 황당했던 그 기분이 또 한번 들었던 순간이었다. 말로만 듣던 두번째 걸린 사람이 내가 되는 것인가...당황함도 잠시, 예약해 둔 병원에 예정대로 가도 되는지가 궁금했다. 몸상태는 이미 약국에서 파는 종합감기약으로는 해결될 수준이 아니어서 꼭 처방약을 먹고 싶었다. 다행히도 "네가 원한다면 양성 반응이 나왔더라도 진료를 볼 수 있어, 너의 선택이야" 라는 답변을 들었고 나는 바로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그 짧은 영어를 더듬거리며 두번이나 말했다 ㅋㅋ


병원에 가서 한번 더 코로나 검사를 해보니 그 두 시간 사이에 줄은 더 진해져 이젠 누가봐도 확실한 두줄... 정말 두번째 코로나 감염에 당첨된 것이다.

의사는 코로나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줄 수 있으니 2~3일만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고, 몸이 아픈 증상은 파라세타몰(타이레놀 계열의 진통제)을 함께 복용하면 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약을 받고, 집에 오자마자 잠자는 공간을 분리했다. 다행히 오전부터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아이랑 밥도 같이 먹지 않았어서 그게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확진 3일차, 항바이러스 약이 효과가 있긴 한건지 열도 떨어지고 찢어질 것 같던 목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아직은 몸이 천근만근, 몸살기가 있어서 파라세타몰을 꼭 같이 먹어야만 그나마 시킨 음식을 아이에게 차려주는 것이 가능한 상태. 코로나를 두번째로 겪어보니 내 경우엔 이번이 처음보단 좀 더 심한 것 같다. 물론 제작년의 기억이 희미해서 객관성이 좀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처음 두줄을 봤을땐 그저 황당함에 웃음만 나왔다. 

"하나님, 왜 또 코로나예요? 그냥 몸살로 끝내주실 수도 있었잖아요." 라는 투정이 나오려는 순간, 생각해보니 그래... 이번주 설교말씀이 바로 "어떤 상황에도 감사하라" 는 것이었다. 


이 타국에서 코로나에 두번이나 걸린 건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첫번째 확진될때의 불안감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땐 병원 간다는 생각도 아예 못했고, 한국서 사온 타이레놀과 종합감기약으로 버텼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해준 약도 먹고, 청진 및 진료도 보았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으니 열이 잡히고 좋아지고 있어서 그것도 감사하고, 이제는 훌쩍 큰 아이가 낮에도 혼자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남편도 아이도 확진되지 않아서 그것이 제일 감사하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잘 지나갈거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끝까지 다른 식구들이 걸리지 않기를.. 

'두번째 코로나' 라는 타이틀은 정말이지, 나 혼자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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