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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Aug 18. 2023

건식 화장실의 장점이 뭔가요?

718일째 적응되지 않는 영국의 건식 화장실.

 화장실 변기 위에 놓여있는 물티슈를 집어 여러장을 뽑아든다. 99.99% 바이러스 박멸! 이라고 적혀있는 이 40개들이 물티슈 한팩은 한화로 약 1700원 정도. 마치 크리넥스 뽑아쓰듯 숭덩숭덩 뽑아쓰면 분명 저번주에 샀는데? 했던 물티슈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물티슈로 변기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변기 속에 석회가 끼지 않게 약품을 뿌려둔다. 세면대 주변엔 역시 석회제거를 위한 VIACAL을 곳곳에 뿌린 후, 혹여나 바닥에 물이 흐를새라 조심스럽게 세면대 구석구석을 닦아낸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은 휴지로 먼저 정리하고, 대리석 바닥을 닦는 청소포로 닦아낸다. 샤워부스는 따로 샤워부스 전용 세제를 써서 구석구석 닦아내야 한다. 


누군가 내게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 을 묻는다면...나는 "화장실 물청소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지만 이 대답은 정말이지 진심이다. 오늘 날짜 기준으로 영국에서 지낸지 718일이 지났건만 영국의 '건식 화장실' 은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되고 불편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살때처럼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물이 없으니 넘어질 염려도 없겠다 싶기도 했었고. 하지만 몇주도 안되어 이 '건식 화장실' 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가를 곧 깨닫게 되었다. 

화장실 바닥엔 배수구도 없을 뿐더러 전혀 방수처리가 되어있지 않다. 특히 2층 화장실 같은 경우 바닥에 물이 많이 묻으면 1층 천장으로 누수가 될수도 있는, 정말 전혀 물을 쓸수 없는 이런 경우엔 그야말로 직접 변기나 세면대를 닦아 내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마트에 가면 쉽게 말해 약품이 묻어있는 물티슈들이 아예 한 코너를 차지하고 판매된다. 데톨에서 나오는 다용도 물티슈로 변기와 바닥, 벽을 닦아내니 신기하리만큼 냄새도 얼룩도 싹 사라졌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바이러스를 죽게 하는 약품이 묻어있다고 하니 위생적으로도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러나 과연 이렇게 하루에도 몇개씩 물티슈를 뽑아 써대는것이 환경에 더 좋을리도 없을뿐더러 집안 경제에도 영 좋지가 않다. 안그래도 석회가 많다보니 화장실용, 샤워부스용, 하수구배수 등의 다양한 석회제거제를 사서 써야하는데 별것 아니지만 절때 없어서는 안되는 이 물티슈 구매비용도 한달소비로 따지면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여기저기 흘러있는 머리카락과 먼지들을 닦는데 드는 휴지와 물걸레포 소비도 상당하다. 한국이었다면 물을 뿌려 솔로 몇번 닦아내기만 해도 되는 것을 물티슈를 한장한장 뽑아 구석구석을 매일 닦아내야 하다보니 왜 굳이 건식으로 화장실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하루에도 몇번씩이고 속에서 올라오곤 한다.


 사실 '건식 화장실' 은 영국에만 있는 문화는 아니다. 유럽 주변 국가를 여행해보니 대부분의 화장실은 건식이었다. 이쯤되니 물을 마구 뿌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습식 화장실"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가 좀 특별한 경우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건식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늘어서 인테리어 할때 아예 건식으로 화장실을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도 꽤 있는것으로 아는데 나는 옛날사람인건지(ㅜㅜ) 이 건식 화장실이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무엇보다 청소하는데 드는 수고와 시간은 비슷하건만, 아무리 애를써도 물을 뿌려 솔로 벽과 바닥, 화장실 곳곳을 깨끗하게 문질러 씻어내는 개운함이 절때 생기지가 않는다.


이제 영국살이도 약 1년 정도가 남았는데 과연 갈때까지 나는 이 건식 화장실에 적응할 수 있을까? 어쨌든 오늘도 나는 물을 뿌려 개운하게 화장실 곳곳을 씻어내고 싶은 욕망을 가슴 깊이 담아 누른다. 귀국하고 나면 어쩜 이 건식화장실마저도 추억으로 남아 그리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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