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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달걀 Sep 12. 2022

배우자

시부의 항암치료.

시모 수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부께서도 암 선고를 받으셨었는데, 재발이 두 번 더 있었다. 그래서 항암을 결심하셨다고. 70대 후반을 향하는 나이에 매우 큰 결정이셨을 거다.

사실 연휴 끝에 서울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는 당번을 맡자고 우리끼리의 명절을 보내고 남편이 시골에 내려갔다. 자식이 셋이지만 부모님 병원 모시고 오가는 일이란 보통 일이 아니다. 연차를 쓰는 일보다, 시골에 내려갔다 서울에 올라왔다가 다시 시골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올라오는 그 일들이 하루에 있는 날은 더더욱. (물론 나 아니고 남편이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번엔 연휴 끝날 상경이라니. 가는 길이 막힐 듯 하니 새벽같이 우리 집을 경유하고 좀 쉬었다 올라가시라고 말씀드렸다. 정말 좋은 마음으로 말씀드렸는데, 갑자기 남편 어깨에 뽕이 생긴다.

그냥 가만히 고마워하면 될 것을, 부친께 집 자랑이 하고 싶은 건지 음식 자랑이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나한테 대우받고 산다고 으스대고 싶은 건지. (사실 남편은 타인 앞에서 대우받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모, 시부, 그의 형제들 모두 똑같다. 충청도 특색인가 싶다.)

시부께서 또 우리 집엘 언제 오실까 싶어, 미리 국도 끓여두고 반찬도 여러 가지 준비해 둔 거긴 하지만 남편의 뽕이 영 성가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또 부친 앞에서 뭘 얼마나 더 으스댈지 벌써부터 괴롭다. 그냥 눈감아줘야 하는 거겠지.


참 묘한 재주를 가졌다.

보고 크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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