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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달걀 Sep 18. 2022

손가락이 아프다.

병은 키우지 않는 걸로...

한참 전부터 손가락이 아팠다.

출근 버스에서 깍지 끼고 자다가 피가 안 통하는 느낌에 류마티스 관절염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해서 다행스레 그냥 넘겼다. 그런데 엄지손가락이 계속 아프다.


오늘은 아침에 우엉을 잔뜩 졸이다가 무언가를 잘못 만져서 갑자기 통증이 많이 심하게 왔고, 주말이라 시간이 나서 코로나 이후 가기 꺼려지던 병원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어디든 아픈 사람은 천지. 오랜만에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접수를 했다.

1시간여 기다린 끝에 진료를 봤다. 내 신체에서 가장 못생긴, 재주 많지만 게으르게 생겼다는 내 손이지만 뼈 사진은 나름 예뻐 보였다. 석회질도 끼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프다는 건, 인대에 염증이 생겨서 그런 거라고. 첫 번째 마디 양쪽에 염증 완화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셨다.


https://naver.me/FgOV9JN9

출처는 윗 계정, 서울 아산병원 질환백과

으악. 손가락에 주사라니. 주사가 무서운 건 애나 어른이나 같다. 무서워하는 아줌마가 웃겼나 보다. 애처럼 달래며 놔주신 의사 선생님에게 살짝 고마웠다.


주사약이 들어가서 손가락이 부풀어 올랐다. 아팠지만 아프지 않으려면 잠시 아픈 건 참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 어디든 하나씩 고장 나는 나이라는 것이 조금 서글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가 많이 커서 병원도 오래 다녀올 수 있는 시기라는 것. (아이 어릴 땐, 병원에 뛰어가면 땀이 나서 열이 식어있던 기억도 있다. 이게 엄마의 존재. )

아무튼 장조림 한다고 손으로 고기도 찢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고구마순과 열무를 밤 12시까지 다듬고, 우엉 2킬로를 까서 데치고 졸이는 명절 준비가 문제였던 것 같다. 보태어 하루 종일 치는 키보드와 휴대폰. 온라인 장보기.......

아플 만은 했는데 너무 모른 척 대해서 미안하다.


주사 맞고 약 먹고 쉬니까 한결 낫다. 붓기도 많이 가라앉았고 움직여도 조금 덜 아프구나. 역시 병은 키우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하나밖에 없는 내 몸, 아껴서 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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