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을 하려고 손등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근데 이상하게 오래 걸리고 아프다.
간호사가 계속 만지작거리며
주사액이 잘 들어가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식염수 비슷한걸 주사액으로 넣고 또 넣고 또 넣고.
나 여기서 화를 내야 할 거 같은데
주책맞게 그 아가씨가 가엾다.
속으로 얼마나 쫄고 있을까 싶어서
그래 연습하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뭐가 잘못됐는지 손등이 봉긋해진다.
그러곤 바늘을 빼야겠다며 빼고 지혈을 한다.
저런.
분명 화를 내야 하는데 그냥 기다렸다.
이 아가씨 정말 초보구나.
왼쪽 손에도 연습하라고 내줄까를 살짝 고민했지만
그러기엔 좀 아팠다.
옆자리 간호사에게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를 속삭인다.
옆자리 간호사가 능숙하게 다른 손등에 바늘을 꽂아줬다.
초보 간호사도 연습이 필요하겠지.
내가 아이 엄마라서 그런지.
아픈 내 손등보다 속으로 긴장했을 간호사가 안쓰러웠다.
얘길 듣던 남편이 화를 낸다.
뭐라고 했어야지 그냥 왔다고. ㅎㅎ
욕 한번 안 하던 남편 반응이 더 웃기다.
물론 요즘 애들. 미안한 마음 못 느낄 수도 있겠지.
그래도 그냥. 훗날 내 아들이 뭔가 실수를 하는 날에
누군가가 나처럼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손등이 아직도 아프다.
주책맞았던 날.
일기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