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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달걀 Apr 06. 2024

과잠?동잠?이게 뭐라고

열 명품 부럽지 않다.

입학 면접보다 어렵다는 동아리 면접들을 이겨내고

2개나 드랍시켰다는 사실에 자존감은 한층 더했다.

녀석의 학교는, 동아리 소속을 자랑하는 동잠(동아리 점퍼) 수령 전까지 선배의 동잠을 빌려 입는 전통이 있나 보다.

3개나 되는 동잠을 번갈아가며 입어줘야 한다며 주말까지 선배의 옷을 입고 다니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오늘은 겨드랑이가 20센티는 뜯어진 옷을 입고도 자랑스럽다며 신나 한다. 이미 뜯어진 옷을 빌려온 거였다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볼펜자국 투성이에 오염도 심했다. 찢어진 동잠이라도, 선배가 입던 옷이라도. 학교 마크 하나에 열 명품 부럽지 않은 열일곱 귀염둥이.


뜯어진 옷임을 확인받고 빌려왔지만. 돌려주려면 세탁을 맡겨야 한다. 세탁소에서 뜯어진 옷을 세탁 맡아줄 리 없으니 조심스레 꿰맸지만 기분 나빠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이다.

잠시 빌려 입은 옷을 입고도 저렇게 기분이 좋다니.

소재며 브랜드 꼼꼼히 고르고 사 입히는 엄마를 속물로 만드는구나.

녀석들의 헬리콥터 기분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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