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 주지 마라. 모두가 내 맘과 같은 것은 아니므로.
사람을 좋아한다.
돌이켜보면 다 내어주고 싶어 하여 상처를 받았다.
분명 내 잘못이다.
시모에게도 잘하려고, 잘 보이려고 애쓰던 일이 화근이 되었고. 친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것에서든 느끼고자 했던 나의 인정욕구가 주범이었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어느샌가 자책도 늘고, 원망도 늘어 있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고치려 애도 많이 쓴다. 가끔은 무너지는 관계 속에서 지난 시절을 지우는 듯한 안타까움도 느낀다.
시절 인연이라 했다. 모두가 영원한 인연을 맺을 수 없음이다. 만남의 끝엔 헤어짐이 있으나 그 헤어짐의 속도가 각기 다른 것뿐. 영원한 인연은 나 홀로다. 나는 그것을 머리로만 알고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절 인연이면 또 어떠한가. 그 시절의 추억은 지운다기보다 기억하려 하면 된다. 어쩌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인연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조직에서의 소속감과 유대감으로 상처를 받은 요 몇 달, 치사하게 굴며 내 마음만 치유하기에 바빴다. 어릴 적 맺은 인연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었을까. 너무 믿고 의지했던 것 같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일하며 지냈는데, 그 긴 시절의 인연이었을 뿐이다. 기뻐하지도 아파하지도 말자. 그저 스쳐가는 인연일 뿐.
우기기로 남의 빵을 빼앗은 기분이다. 인사 발표가 기쁘거나 달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