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그게 살아가는데 거름이 되더라고
일주일 내내 연락이 없다.
이미 어른이라고 착각하는 너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 나.
아니 어쩌면 내 생각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내 기준에서 그렇다고 해두자.
오늘도 건강히 잘 보내고 있는지
생존신고만 해달라고 해도 그게 참 어렵구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는 어른들의 그 마음은
그저 안정을 찾기 위한 주문 같은 거였나 봐.
서서히,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계를
나에게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어.
힘들다는 메시지 하나가
오만군데의 세포를 찌를 듯 나를 아프게 하지만
돌아보면 그게 다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거더라.
그래서 걱정 대신,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줄 거야.
살면서 입 안에 아구창이 빼곡히 들어차 병원까지 간 적이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고3이 되던 봄, 또 한 번은 네가 아주 어릴 적에 잠도 못 자고 출근하던 그 무렵이었지. 의사, 약사들이 엄마 얼굴을 보면서 오만상을 다 찌푸리면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를 물었었단다.
너만큼은 잘 하진 못했던 공부.
서툴러도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자 다짐했지만 꽤나 무거웠던 초보 엄마라는 감투.
그래도 나는 그렇게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
그렇지만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하루하루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내내 거름이 되어주고 있다고 믿어.
이제 봄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수확을 하고.
또 얼어붙은 계절을 이겨내면 다시 봄이 오겠지.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잠시 지나가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비바람이 아니라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태양이었듯.
그렇게 너의 자리에서 열심히 이겨낸 오늘이
분명 단단한 꽃망울을 맺고 활짝 피어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해 줄 거야.
무탈히 오늘을 보내고 또 한 뼘 성장하기를.
내 응원과 기도가, 너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기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