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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많이 생각났어

엄마는 참 많은 감정들이 오갔단다.

by 삶은 달걀
엄마!
이 책을 좀 읽었는데, 엄마가 많이 생각났어.
어떻게 주인공 엄마가 하는 말이
엄마가 하는 말이랑 똑같을 수가 있지?
진짜 엄마가 하는 말인 줄.
나한테 100을 다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엄마 한 사람뿐이래.
그래서 누구에게 마음을 주더라도 다 주면 안 된다고.
엄마도 나한테 그런 말 많이 하잖아!
나는 엄마가 나한테 좀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다 똑같나 봐.

아이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나 역시 다른 엄마들과 다를 바 없이 키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열여덟 살 나이에 읽기엔

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세상이 담겨 있는 책인데.

지금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들이

내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 일리 없고,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너무 빨리 알아서 좋을 것이 없는 것들은 모르는 채로 살아갔으면. 뚜벅뚜벅 걸어야 할 땐, 그 속도에 맞게 걸을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맞이해야 하는 작별 인사를 남겨둘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먼 훗날, 내 아이가 나와 작별을 하게 되는 어느 날에도 아이가 아쉬움과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내 마음이 궁금하고 애처로워 사무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는 동안 참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허투루 보낸 하루가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참 잘 살다가 가노라 인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별 인사는 하고 이별해야겠다 생각했다.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떠나는 건, 남겨진 아이에게 너무 슬픈 일이다. 내 아이가 비록 백발이 가득한 노인이 되고 나서 이별을 한다 해도, 온전한 정신이 있을 때 웃으며 미리 인사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픈 모습은 보이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가 떠나길 고대한다. 그저 긴 밤 잠을 자고 늦잠을 자듯, 화창한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맑고 따듯한 오월의 어느 날에 숨이 멎기를. 그러려면 나이가 들어서도 매일 예쁘게 단장하며 깨끗이 씻고, 단정한 옷을 입고 잠을 자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었다. 배우는 방식과 속도는 저마다 다 다르지만, 다들 그렇게 인생이라는 무게를 조금씩 느껴가며 살아가는 거겠지.

아이가 너무 빨리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투정도, 내가 오래오래 다 받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좋겠다.


나는 이 책 때문에, 아니 덕분에. 이런 많은 감정들이 오갔어.

엄마가 느끼는 이 많은 감정들이. 너에겐 아주아주 먼 훗날에 알게 될 마음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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