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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축 아파트에 산다

마음이 편안한 집이 제일이다.

by 삶은 달걀

우리 아파트는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다.

93년도에 내가 신도시로 이사를 갔을 무렵이 6학년 때였으니, 내가 꼬맹이인 시절부터 우뚝 세워져 있었나 보다.

나름 리즈 시절도 있었을 거다.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부러운 점 투성이겠지만, 나는 우리 아파트가 너무 좋다. 동간 간격도 너무 넓고, 주차장도 여유로운 편이라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빨간 모자를 쓰신 경비 어르신들께서 내가 출근하기 전부터 청소를 열심히 해주시니 늘 깨끗하고, 무엇보다 실외기를 주렁주렁 매달지 않아 외관이 너무나도 오랫동안 깨끗한 것 같다. 오래된 소나무와 벚꽃을 비롯한 여러 꽃나무들은, 내가 봄을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집 앞 탄천을 따라 개나리와 벚꽃들이 만개하였다. 올해는 날씨가 이상해서 그런지 개화 시기를 못 맞춘 나무들이 많아 조금 아쉽다. 이토록 짧은 순간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는 녀석들을 마주할 행운이란, 직장인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봄을 애정하게 되었다.

봄 햇살이 주는 따뜻함이, 나에게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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