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보이는 것이, 제법 중년인가 보다.
봄이면 화원에 간다.
따뜻한 비닐하우스 안에만 갇혀있던 화려한 꽃들이
햇볕 샤워를 하고 있어서 몹시 화사하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이 꽃을 발견했다.
'아. 나는 흰 꽃을 좋아하지.'
잘 가꾸지 못해 미안하지만
꽃다발보다 오래 감상할 수 있으니 얼른 데려왔다.
손으로 문지르고 바람을 일으키면
라벤더 향이 진하게 춤을 춘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을까.
집에도 봄을 데려왔다.
이기적이지만 거실에 두고 보고 싶어 선풍기 바람을 충분히 쐬게 했다.
아파트 단지를 환하게 하는 라일락 향기도 제법이다.
부끄러움은 뒤로 하고 꽃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여전히 종교는 없다.
그렇지만 모든 신에게 늘 기도한다.
예수님보다 따뜻한 날 태어난 부처님 기념일을 맞아, 미리 봉녕사를 찾았다.
부처님 생일을 맞이하며 예쁘게 단장 중이다.
할 줄도 모르면서 열심히 관찰하여
불교 신자들을 흉내 내며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올해는 튤립으로 예쁘게 단장하였다.
날이 좋아 더 아름답고 평온했다.
제법, 봄이 무르익어간다.
스쳐가지 않았으면 좋겠다.